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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단히 흥미로운 매치가 펼쳐졌다. 마쓰자카의 데뷔전이자, 그라인키의 컴백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라인키는 '패,패,패,패,패' 가 자신의 커리어에 쌓이는 것으로 인해 1년간 야구가 하기 싫었었고, 우울증으로 마운드를 떠나 있었다. 그의 복귀전은 세계적인 투수 Dice-K 의 데뷔전만큼이나 의미있는 것이었다.

마쓰자카의 오늘 기록 7이닝 6안타 1실점 1볼넷 10삼진 1피홈런. (1.29)
그라인키의 오늘 기록 7이닝 8안타 2실점(1자책) 1볼넷 7삼진. (1.29)

마쓰자카는 대단했고, 누가 봐도 도미네이트했다. 하지만, 그의 데뷔전의 그늘에 그라인키의 호투가 가려져 있다. 분명히 수치상으로 마쓰자카가 더 낫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를 "상대적으로 생각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마쓰자카가 상대한 타선은 모든 전문가들이 지구 최하위를 예측한 캔자스시티의 타선이었고, 그라인키가 상대한 타선은 지구우승전력에 JD드류로 더 강해진 보스턴 타선이었다. 아주 단순한 얘기다. "상대성"이란 모든 것을 합리화시켜버리는 모순을 담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사고체계에서 흔히 간과되고 있는 특수한 성질을 지닌다. 대부분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보여지는 '수치'를 보고 마쓰자카의 압승을 쉽게 결정지어 버린다. 그리고 '마쓰자카'의 호투만을 회자한다.

어쩌면 호투 여부를 떠나, 게임전부터도.. 그라인키가 주변팀인 캔자스시티이기에 복귀전 자체에 그리 기대도, 관심도 갖지 않았는지 모른다. 인기팀이자 강팀인 보스턴레드삭스의 마쓰자카와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기사의 타이틀도 "마쓰자카 데뷔하다"를 타이틀로 내걸었지, "마쓰자카와 그라인키의 맞대결"자체를 이슈화한 기사는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었다..

보스턴과 캔자스시티의 타선의 비중을 동일시 할 수 있는가? 나는 이에 대한 답변에 대단히 회의적이다. 작년 41개의 2루타를 쳐낸 에밀브라운, 그리고 신인 알렉스고든이 가장 강타자라 느껴지는 캔자스시티 타선과, 50홈런을 쏘아 올린 데이빗오티즈와 스캠에 참여하지 않아도 100타점을 넘기는 매니 라미레즈, 준족 훌리오루고, 부상 와중에도 20홈런 80타점을 기록했던 드류 등.. 그 타선의 무게감이 보스턴에 훨씬 더 실린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래서, 상대팀이 '보스턴'이기에 그의 호투가 더 빛나는 것이다.

나는 오늘 경기에서 누가 더 잘 던졌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마쓰자카의 투구는 타자들이 맥을 못 출 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그라인키의 호투는 마쓰자카의 데뷔전만큼이나 훌륭했다는 것이다. 데이빗 오티즈를 3번 연속 삼진 처리할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것도 2번의 Looking 삼진을 포함하여 말이다.

오늘 그라인키의 제구는 낮게 되었고, 공이 가벼워 살짝 갖다 댄 것이 장타가 되었고, 8개의 안타 중 4개 정도는 보이지 않는 실책과 결부되었고, 1회의 실점은 Teahen에게 아쉬움이, 후속 실점은 존 벅의 수비 실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외에도 계속되는 수비에서의 불안은 그라인키의 첫 승을 도와주지 않았다. 팀은 마쓰자카가 흔들렸던 6회말, 도루 실패로 맥을 끊어버리기까지, '승리'하는 2%의 파이팅이 아쉬웠다.

그라인키는 오늘 경기에서 이겼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는 승리를 갈구한다. (mlb.com 에서 캔자스시티 홈페이지 그라인키 관련 기사에..)

"지금 우리팀은 1패를 더 안았고, 이것은 아무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얘기하며...
(Now we've got a losing record, so there's nothing to feel positive about at all)

감독과 선수들은 그라인키와 견해를 달리 한다. 그들은 메시와 그라인키의 시즌 내내의 호투를 기대하고, 또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화된다면, 그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했던 지구 탈꼴지의 영예(?)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메시와 그라인키의 원투펀치가 캔자스시티의 분위기로 이어지고, 그것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제3의 헤게모니를 형성할 때, 캔자스시티는 다른 팀들처럼 이길 수 있다는 기존의 가치개념에 편승하여 변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캔자스시티라는 팀을 하나의 사회로 볼 때)를 지배하는 무형의 가치인 헤게모니는 변화한다. 지금 캔자스시티는 '약체'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라인키는 팀에 (메시와 함께) 그러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

올해 그라인키의 부활을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다. 비록 그가 약체, '캔안습시티'라는 별칭까지 지닌 '지는 팀'의 이미지를 가진 캔자스시티의 3선발이지만.... 그래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재야장수'취급을 받고 있지만 말이다.

한 때 그라인키를 위해 그라인키를 내셔널리그.. 세인트루이스나 애틀란타로 트레이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으며, 무어 단장이 내 줄 수만 있다면, 아직 23세인 그를 데려와 NL 최정상급의 투수로 성장시키는 일은 이기고 싶어하는 그라인키 본인에게도, MLB팬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하나의 해답(an answer)은 될지언정 유일한 해답(the answer)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라인키를 비롯한 재능있는 선수들이 '캔안습시티'라는 팀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자 한다.

그라인키는 오늘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희망을 보여줄 것이다. '제2의 매덕스'라 불리우던 23세의 젊은 그라인키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1년간의 우울증 후 돌아왔고, 야구공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는 이기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 투구한다. 그에게 빨리 첫 승의 날이 오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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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6일날, 너무 공부가 안 되던 그 날 썼던 글이다.

그리고, 2년후인 2009년 그라인키는 가장 완벽한 투수의 모습을 보이며 (방어율 2.16, 윕 1.07) 단 16승만 거두고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캔자스시티 로얄스 소속으로...

올시즌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 내가 메이저리그를 좋아하게 만들었던 애틀랜타 팀허드슨의 재기를 기원한다.


저는 세리에A만큼이나 MLB도 참 좋아합니다. 매년 MLB 판타지리그를 하고 있기도 하구요. 예전에 썼던 글들 정리를 하다가 그라인키에 대한 글을 발견했습니다. 우울증 이후 컴백하는 그 날, 글을 남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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