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득점 '메시' 비판이 부적절한 이유
메시의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역할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는 외질, 케디라, 뮬러 등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독일에게 0:4 로 패했습니다. 한 명이 공격하면 함께 전진하고, 한 명이 수비하면 함꼐 수비하는 독일의 조직력은 생각보다 강했으며, 수비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던 보아텡은 강력한 피지컬을 통해 제 몫을 충분히 해 주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메시는 독일의 수비라인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테베즈나 이과인에게 찬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몇 차례 개인 능력으로 독일의 수비를 흐뜨러지기는 했으나 측면에서 함께 가담을 해 주지 못하자 필립람에게 막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제 몫을 못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6강까지 10골을 넣었고, 그 중심에는 항상 메시가 있었습니다. 메시는 기록적으로는 단 1어시스트만을 기록했지만, 프리롤로 뛰며 아르헨티나 공격을 이끌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선수들의 메시에 대한 집중마크는 다른 선수들이 공격을 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다른 선수를 통해 골이 터질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에게 4-1 로 승리했을 때 메시는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이과인이 넣은 3번째골과 4번째골을 만들어 낸 결정적인 주인공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독일전에서 아쉬운 것은 메시의 플레이가 아니라, 메시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는 디마리아와 막시로드리게스가 부진한데도 꾸준히 측면에 기용했다는 점입니다. 메시에 대한 집중마크가 이루어지면 측면에서 이 두 선수가 더 활발하게 움직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메시쪽으로 볼이 배급될 때 자기 역할을 해 주지 못하면서 상대의 빠른 공수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메시는 득점은 하지 못했지만, 항상 상대수비수들이 집중마크해야 할 대상으로 다른 공격라인에게 가해지는 수비부담을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해 주었으며, 실제 득점 장면에서는 메시의 활약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0득점만으로 메시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습니다.
메시는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4-3-3 시스템에서 공격의 한쪽을 담당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습니다. 특히 주로 4-3-1-2 에서 RCF(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셰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에서 뛰면서 자신이 슛을 하기보다는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공격형미드필더는 스트라이커에 비해 득점 의존도가 낮으며, 실제 4-2-3-1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팀들의 RCF 들의 성적을 살펴 보면 ‘득점’ 보다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게임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8강에서 메시는 초반 애초의 플레이를 유지하고자 했으나 독일의 수비벽이 만만치 않고, 팀이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자 스스로 뭔가를 해 보려고 했었고, 그것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0:4 패배에 대한 잘못된 이해
0:4 패배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0:4는 다소 두 팀의 전력차를 과대평가한 스코어입니다.
독일의 뢰브 감독의 성향은 독일 팀리포트나 프리뷰에도 밝혔듯 실리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었고, 아르헨티나는 동점골을 넣지 못하면 탈락인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오타멘디 대신에 파스토레를 투입하면서 공격옵션을 추가한 것은 분명한 패착이지만, 0:1 상황에서 추가실점을 한 이후에 더욱 급해진 아르헨티나는 수비라인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었고, 공격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일의 성향이 승리만을 위해 지키고자 했었다면 4:0 이라는 스코어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시 수비불안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공격에 집중하면 수비에 공백이 생기기 마련) 그걸 독일은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르헨티나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예선의 호주와 16강의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일의 성향과 아르헨티나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지, 마치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전력차가 0:4 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일부 선수교체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가장 결정적인 패인은 선제골을 이른 시간에 허용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선제골을 너무 이른 시간에 허용하고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성급한 마음은 더욱 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운 것은 디에고 밀리토(인터밀란)를 기용해 보지 않은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MVP인 밀리토는 위기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 준 바 있습니다. 이과인이 찬스에서 공이 왔을 때 정확하게 차 넣는 스타일이라면, 밀리토는 자기가 스스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메시-밀리토의 조합이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골을 못 넣었다고 비판하지 말자.
메시의 득점은 저도 기대했던 부분이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부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축구천재의 플레이는 기대가 되는 것이 당연하며, 멋진 드리블을 통해 예전 마라도나가 넣었던 것처럼 신기에 가까운 개인기를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에게 부여된 역할은 공격수가 아니라 게임메이커였습니다. 이과인과 테베즈에게 메시는 독일전에서 팀이 선제골을 허용한 후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전날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100% 가 아니었던 점도 (팀훈련도 불참했다고 하지요) 일부 작용했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는 게임메이커를 집중봉쇄하면서도 다른 공격수들을 놓치지 않는 독일의 강화된 수비벽을 뚫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디마리아와 막시로드리게스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상대에게 위협을 주면서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메시를 도와주었어야 헀습니다.
게임메이커 메시의 무득점에 대한 일부의 비판은 아쉽습니다. 축구는 메시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11명의 선수들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메시를 비판하기 전에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가 부여받은 역할이 주 공격수가 아니라 플레이메이커였다는 점도 함께 생각했으면 합니다. 메시는 상대 수비수들이 집중마크하는 제1순위였고, 제대로 된 슛팅 기회조차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메시가 16강전까지 득점 기회에서도 이과인 등에게 기회를 내 주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팀을 8강까지 이끈 것은 전혀 표현되고 있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메시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플레이는 월드컵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유투브에서 Messi 라고 검색해서 그의 플레이를 보면 여전히 그 화려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것입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득점왕에 오른(34득점) 메시는 소속팀에서 주전공격수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던 것이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플레이메이커로서 자신의 플레이를 했던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지나친 견제는 필연적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통해아르헨티나를 8강에 올려 놓은 주역이 바로 리오넬 메시입니다. 메시가 경기 후반 무리한 슛팅을 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경기는 넉다운 (한 번 패하면 떨어지는) 토너먼트 경기였습니다. 스코어가 중요하지 않고, 뒤집느냐 뒤집지 못하느냐가 중요한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대패는 메시 혼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패배의 원인을 메시의 ‘무득점’으로 돌려 세우는 일각의 왜곡된 시선이 안타깝습니다. 역으로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없었다면 상대팀 수비수들의 얼마나 줄어들었을지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꿈을 이루는 데 실패했지만, 내년 챔피언스리그 또는 프리메라리그에서 순해 보이는 축구 천재의 메시의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하루내 몸살로 고생했습니다. 병원에 갔다가 조금 정신을 차렸는데, 아직도 스트레스 받는 일도 한 두가지가 아니고 제정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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