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문어의 월드컵 우승국 선택, 심리학적 분석
문어는 스페인과 독일의 승리를 예측했다.
화제가 되었던 족집게 문어 파울은 3,4위전에서 독일의 승리를, 그리고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문어 파울이 어떤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파울이 선택한 경기들의 ‘결과’ 는 충분히 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두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1)결승전을 직접 뛰는 선수, 감독에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
2)결승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
선수, 감독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피그마리온효과로 설명할 수 있겠고, 대중들에게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플라시보 효과, 버넘 효과, 밴드웨건 효과 등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효과들이 딱히 선수와 대중들에게 독립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문어의 선택과 관련된 심리학적 효과들
1. 피그마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미국의 교육학자인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지능검사의 결과를 교사들에게 일부 학생들이 지능이 뛰어나다도 거짓으로 알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는 그 학생들의 지능이 실제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피그마리온 (기대)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피그마리온이 여인상을 너무 아끼고 그러한 아내를 갖고 싶다고 하자 여인상이 인간으로 변한 데서 비롯된 심리학적 용어입니다.
스페인과 독일의 승리를 문어가 예측했고, 이러한 효과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문어가 승리한다고 예측한 스페인이나 독일 선수들 뿐만 아니라, 상대편인 네덜란드와 우루과이 선수들 또한 반대로 패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불안감이 전이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학적인 면이 경기에 절대적인 면을 미치지 못하더라도, 미미하게라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독일팬이 파울을 죽여서 문어샐러드를 먹게 하겠다는 얘길하면서 ‘심리적 영향’을 강조했던 이유도 이러한 피그마리온효과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2.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플라시보 효과는 간단히 거짓약도 실제 효과가 있다고 믿게 된다는 심리학적 용어입니다. 보통 의약품의 효과를 설명할 때 쓰이지만, 언론보도에 따라 사람들의 믿음이 달라질 때도 사용한다.
문어 파울은 색맹에, 단지 동물일 뿐인데, 문어의 선택이 크게 보도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보도를 보게 되면서, 문어의 예측이 실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는 스포츠베팅시장에서 스페인의 승리를 예측하는 베팅이 파울의 예측 이후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버넘 효과 (Barnum Effcet)
버넘 효과는 점쟁이 문어와 가장 맞아떨어지는 용어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별자리나 운세,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떤 사람에게 대입해보면 그것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묘한 심리인 ‘버넘 효과’ 때문입니다. 엄밀히 객관적으로 보면 틀린 부분이 맞는데도 ‘아! 진짜 맞다’ 라고 생각해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봅니다. 어머니들이 사주, 궁합을 중시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 예측과 관련하여 점쟁이 문어의 예측을 실제로 믿게 된 것도, 하나의 점쟁이나 족집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점쟁이 문어가 독일이 3위,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한다고 한 예측은 하나의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4.밴드웨건 효과 (Bandwagon Effect)
주로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인 밴드웨건은 승부예측과 스포츠베팅시장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용어입니다. 주로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는 상품을 유행에 따라 똑같이 사게 된다는 효과, 또는 권위있는 전문가나 강자, 다수의 선택을 그대로 쫓는 경향을 심리적으로 분석한 표현입니다.
베터가 베팅을 할 때 어느 분석글을 읽고, 그 아래 달린 댓글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으면 ‘어, 이 선택이 맞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고 똑같이 베팅을 하게 되는 현상과 일맥상통합니다.
클로제 등의 부상이 현실화되면서 독일 사이드로는 크게 베팅이 몰리고 있지 않지만, 파울의 선택이 스페인을 지지하면서 스페인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밴드웨건 효과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점쟁이 문어가 스페인을 선택한 이후 “나도 스페인, 너도 스페인, 스페인이 이기겠지” 하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 이러한 밴드웨건 효과로 인한 대중들의 시장흐름을 살펴 보았습니다. (배당률 변동, 각종 커뮤니티, 외국게시판 참조)
1) 3-4위전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규 시간 내에 다득점이 날 것이다.
2) 결승전은 두 팀 모두 2점 이상 넣기 어려울 것이다. (저득점 경기가 될 것이다)
3)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정규 시간 내에 승리할 것이다.
4) 독일이 3위를 차지할 것이다.
스포츠베팅시장과 월드컵 3,4위전, 그리고 결승전
스포츠베팅 관점에서 생각해 봅니다.
위에 언급했던 4가지 경우가 모두 실현된다면 베팅회사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축구시즌도 아니고 이 두 경기로 월드컵을 마무리할 도박사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베팅회사의 입장에서 저 4가지 경우는 모두 실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베팅회사의 오즈메이커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저 4가지 경우가 실현되어도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배당률을 설정할 것이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한 경기에 승부를 걸 것입니다.
그 승부를 거는 경기는 득점왕 경쟁 때문에 더욱 다득점 우루과이와 독일의 경기가 다득점 경기가 아닌 저득점 경기가 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생각보다 독일이 쉽게 우루과이를 꺾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 경기는 개인적으로 경기력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파울의 선택 이후 스페인의 정규시간 내 승리 선택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파울의 선택이 주는 의미
(출처 : 로이터 연합통신)
파울의 선택이나 펠레의 저주는 단순히 하나의 이슈꺼리가 아닙니다. 그들의 예측(펠레의 예측은 반대)이 오랫동안 맞아 떨어져왔기 때문에, 경기력 및 베팅시장에 외부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파울의 선택이 베팅시장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참이라면, 두 경기 모두 파울의 선택대로 맞아떨어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정규시간 90분 이내에 한 경기 이상 독일이나 스페인의 승리가 아닌 무승부 또는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심리학에 대해 심취해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원래 전공은 법학이지만, 제가 나중에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꼭 써 보고 싶은 논문도 심리학과 관련된 주제입니다.
파울의 선택은 단순히 흥미나 가쉽거리일 뿐만 아니라, 경기력 및 사람들의 예측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주말입니다.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늦잠을 자서 아침에 올려야 할 글을 이제야 올리네요. 일요일 새벽엔 3,4위전, 월요일 새벽엔 결승전이 열립니다. 그리고 월드컵과 함께 화요일 저녁이 되면 제가 하고 있는 일도 마무리되며, 다시 새로운 삶들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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