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골가뭄의 진짜 이유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8경기에서단 13골만 터지고 있다. 경기당 2골도 채 안 되는 수치이며, 평균득점으로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적은 수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자블라니의 골특성 등을 언급하지만, 자블라니는 잉글랜드vs미국 이나 알제리vs슬로베니아 전에서 승부에서 그 탄력성으로 골로 만들어져 승부를 바꾸기도 했다. 물론, 탄력성으로 인해 중거리슛이 높게 뜰 수도 있겠지만, 그 중거리슛이 몇 개나 터졌었나?
득점 감소는 이번 월드컵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독일월드컵 때도 64경기 127골로 약 2.3골만이 터졌었다. 가장 골이 많았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5.46개의 골이 터졌고, 그 이후 점점 하락추이를 보여왔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2.21골로 급격하게 하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부터 하락해 왔고,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승리할 때의 승점이 2점에서 3점으로 변하면서 다시 골이 많아지는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그 이후 매년 하락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 그 이유는 뭘까?
자블라니는 원인이 아니다. 매년 탄력성이 높은 공인구로 바꾸면서 골이 더 많이 들어가게 하려는 피파의 의도가 있었으면 있었지, 골 감소 추이는 그러한 원인에 기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자블라니라는 공인구를 사용하여 꾸준히 평가전을 치러온만큼 공인구 탓은 하지 말자.
생각하기에 3가지 원인 정도로 여겨진다. 앞의 두 가지는 적응의 문제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골이 많아질 수 있는 문제이며, 나머지 한 가지는 근본적이며 현대 축구의 변화이기도 하다.
1. 고산지대에의 적응문제
남아공월드컵이 열리는 10개 구장 중 그린포인트와 더반, 그리고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을 제외하고는 총 7개 경기장이 6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 6개 경기장이 1000m 이상의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산지대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특히 산악지대와 거리가 먼 국가들의 경우 대단히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예선에서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고산지대 원정) 에서 깨지고 나서, 평가전을 1경기만 치르고 남아공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고산지대 적응을 한 것만 봐도 고산지대가 경기력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응이 되지 못한 덴마크는 평가전에서 2연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유럽에서 조1위로 올라온 세르비아 역시 가나와의 첫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력을 펼쳤다.
2. 남반구와 기후 – 큰 영향은 없다.
남아공은 남반구 중에서도 가장 아랫쪽에 위치해 있는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여름이지만, 남반구에서는 겨울이다. 겨울이지만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현지의 심한 일교차 또한 하나의 원인이 될 것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가 독일에게 0:4 로 패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현지에서 적응된 상태라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3. 현대 축구의 변화 – 전술적인 변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3번째 이유이다.
바로 현대 축구의 전술적인 변화이다.
현대 축구는 승리하고자 하는 축구를 펼친다. 앞서고 있을 때는 전체적으로 역습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일부 국가 (ex. 독일, 스페인 등) 를 제외하고는 수비에 주력한다. 또한, 0:0 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도 탐색전을 펼친 후 골 기회를 노리며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펼친다.
1:0 으로 앞서고 있을 때, 뒤진 팀은 공격을 시도하겠지만, 앞선 팀은 공격보다는 수비적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회골이 나오기가 힘들어지고, 오히려 역습으로 추가골을 허용하곤 한다.
걸어잠그면 강팀이라도 득점이 쉽지 않다. 선취골을 넣은 후부터는 더욱 소극적이 된다. 이기면 똑같이 승점 3점이기 때문이다. 골득실도 중요하지만 승점 3점과 승점 1점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이기기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던 시절보다는 한 골을 넣고 지키자는 전술적인, 게임운영적인 변화가 온 것이다.
특히 빠른 스피드를 가진 팀을 상대로는 역습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에게 선제골을 넣은 후 소극적으로 움직였으며, 상대의 퇴장을 변곡점으로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끈 슬로베니아와 가나 또한 수적 우위에 있음에도 오히려 상대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더구나 미국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1-1 무승부 이후 무승부에 만족하려했고, 잉글랜드 또한 마지막 15분동안은 골을 넣을 의지가 없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특히 3차전까지 가 봐야 알 수 있는 조별 예선 라운드에서는 1차전에서 그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2차전, 3차전으로 갈수록 골득실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이 생기지만, 1차전에서는 승점 3점을 따면 좋고, 강팀을 상대로 승점 1점이면 만족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요약하자면 현대 축구는 “원하는 승점을 얻기 위한 축구” 로 변화하고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실점이 적었던 이탈리아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처럼 잘 지키는 팀이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것을 보면, 1:0 으로 이기나 10:0 으로 이기나 주어지는 승점은 3점뿐인데, 부상의 우려 및 체력문제를 안고 열심히 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 새벽 독일의 축구는 매력적이었다. 4득점 이후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것은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승점 3점’ 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점점 이렇게 득점수가 적어지면, 조별예선에서 득점수에 비례해서 승점을 추가해주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승점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가 강팀의 승리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8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남아공월드컵, 1차전의 특성상 이기려는 팀은 이기기만 하면 되고, 비기려는 팀은 비기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2라운드, 3라운드 등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골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약속대로 32개국 팀리포트를 H조까지는 다 쓰지 못하고 출국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업무 지시를 해서 일을 마치고 가라고 하고, 거기에 이 글을 쓰느라 (이 글은 꼭 쓰고 싶었습니다) 조별 예상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프로토 48회차의 경우 A조만 분석했는데 남아공과 프랑스 사이드로 보고 있는데, 남아공에서 인터넷이 안 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넷북을 가져가긴 할텐데, 인터넷이 되는 건 사실상 힘든 문제로 보여지네요. 어제 알제리 경기는 너무 아쉬웠습니다. 게잘은 교체 들어와서 15분만에 퇴장을 당했지요. 세르비아의 루코비치는 실수를 종종 하는데 어제도 그걸 반복하면서 팀에게 패배를 안겨 주네요. 세리에A 2명의 퇴장이 승부를 가른 두 경기였습니다. 독일은 화끈하더군요. 메수트 외질은 정말 괴물 같습니다. 댓글 다 달아드리지 못하고 출국하게 되어 다녀와서 다 달겠습니다. 새로운 한 주 즐겁게 시작하시고, 격려 및 응원을 위해 손가락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