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치안 보도, 지나치게 과장되었다 - 현지 체험
각종 언론에서는 남아공에 대한 위험보도들을 쏟아내며 ‘남아공에 가면 강도를 당한다’ 는 인식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섹션의 헤드라인급에 위치한 치안 관련 보도는 남아공을 가면 안 되는 나라로 판단하게 하며, 그냥 보내줘도 안 간다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첫 해외여행(?)이었고, 그것이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한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었지만, 강도를 당할 가능성 때문에 고가의 카메라나 시계 등을 가지고 떠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선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건 사고는 빙산의 일각일 뿐임을 이번 코카콜라 원정대 다음블로거로 참여하면서 느낀 바를 적어 봅니다.
가이드분과 케빈분의 노력 떄문이기도 했고, 일행들이 말을 잘 따라서일 수도 있지만, 코카콜라 원정대에서는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습니다.
너무 후회된다.
DSLR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은 이번 남아공 원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입니다. 제가 대담함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작은 소형 카메라를 여자친구에게 빌려서 갔고, 원하는 퀄리티의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시계도, 심지어 커플링도 빼고 가라는 친규의 권유에 따라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신용카드를 뺏기면 십분만에 이용한도가 0이 된다는 네이버의 글을 보고 신용카드도 가지고 가지 못해 기념품도 많이 사오지 못했습니다. 남아공이랑 이탈리아 티는 꼭 사고 싶었는데 현금 부족으로 사지 못했네요. ‘선시티’라는 관광지에서는 여자친구에게 정말 사 주고 싶은 목걸이가 있었는데도, 가격만 물어보고 말았습니다.
과장된 보도를 믿은 제 소심함이 1차적 문제이지만, 일부 방송사의 취재팀이 습격을 당한 것은 ‘운이 없는 경우’ 또는 ‘부주의에 의한 것’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장된 보도라면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남아공에 대한 이해는 역사적 스키마(배경지식)로부터.
남아공은 흑인거주지역과 백인거주지역이 엄밀히 구분되며, 그에 따른 빈부 격차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요 사건은 극빈 지역에서 생계를 위한 ‘범죄’ 로 나타나며, 이는 남아공 뿐만 아니라 극빈층이 많은 지역에서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남아공에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이라는 역사가 있습니다. 백인의 지배 하의 흑인들이 이에 저항하면서 많은 운동이 있었는데, 피터 해커슨이라는 13살짜리 꼬마가 백인에 의해 희생당함으로써 흑인들의 분노는 커졌고, 현지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고, 인종 차별 정책의 폐지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흑인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예전과 같은 학대 등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현실적으로 흑/백 의 차이가 존재하고, 그것이 생계 수준으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가이드분의 말씀에 의하면, 학교 다닐 때 강의실에서도 흑인과 백인은 대부분 서로 말을 섞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아공 범죄의 대부분은 생계형이다.
이러한 격차가 있다보니 흑인들은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들은 사람을 해치기보다는 돈을 뺏기 위한 강도만을 저지릅니다. 돈을 뺏어가기 위해 강도를 하며,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돈많고 좋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동양인은 타겟이 되며, 그들의 입장에서는 카메라 하나만 뺏어도 생계를 위해서 걱정 없습니다.
살인위험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입니다. 남아공이 살인사건의 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총기소지가 허용된 남미도 마찬가지이며,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극빈층이 아니라 ‘갱단’을 통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조직폭력배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남아공 곳곳에 위치한 나이지리아갱단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집을 터는 도둑이 있기도 하며,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뺏는 강도들이 있습니다. 또한, 세계 각지역의 극빈층이 많은 곳에서도 실제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생계형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꼭 남아공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순박한 흑인들의 모습
하지만,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흑인들 또한 극소수입니다.
타인을 악한 감정으로 보지 않으며, 대부분 매우 친절하게 사람을 대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입니다. 우리를 운전했던 운전기사 아저씨 또한 흑인이었고,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모든 종업원들 또한 흑인이었습니다. 또한 곳곳에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면 친절히 OK하는 대부분의 흑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가난하게 보이는 잡부들은 조금 친절하게 도와주고 팁을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팁을 당연시하는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지만,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5란드 정도의 적은 돈에도 기뻐하는 순박한 흑인의 모습을 체험했습니다.
남아공의 모든 흑인들이 마치 범죄자인 것처럼 보도되고, 어딜 가도 위험하다는 인식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체험한 범위 내에서는요.
위험지역은 따로 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는 남아공에서, 혹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남아공 현지 가이드분의 얘기에 따르면 조심해야 할 지역만 잘 체크하고 혼자 부자인 티를 내고 다니지 않으면 사건을 당할 확률도 낮다고 합니다.
강도를 당한 지역이 어딘지 정확하게 보도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남아공의 모든 지역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백인들이 유지로 있는 부유한 동네에서는 강도 위험이 특별하게 높은 것도 절대 아닙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선시티’ 같은 곳은 카지노 등에도 혼자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위험 또한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지역이 위험합니다.
1. 소웨토 지역
요하네스버그의 소웨토 지역은 극빈계층의 거주율이 높은 지역으로 사건이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곳입니다. MBC 기자가 강도를 당한 곳도 이 소웨토 지역이었습니다. 우범지대임을 알고 관광할 수 있다면, 이곳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곳입니다.
2. 프레토리아의 대학가
프레토리아의 대학가도 많은 흑인들이 유학생 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고 합니다. 소웨토만큼은 아니지만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한 지역이라고 하네요.
3.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더반
더반은 정말 위험하다고 합니다. 현지 교민들에게도 물어보니 더반은 위험해서 가지 않는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유는 더반이 나이지리아 갱단의 본거지이기 때문입니다. 총기소지가 면허제로 가능한 가운데, 나이지리아 갱단들이 무단 강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소웨토 등 다른 지역이 생계형 범죄의 지역이라면 인명 피해의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바로 더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4. 케이프타운에서 흑인거주지역
가 보지 않았지만,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에서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심리적 박탈감을 지닌 흑인들이 관광객 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남아공에 가면 ‘죽거나 강도를 당한다’ 는 인식은 잘못된 것.
빈곤층의 생계형 범죄의 타겟은 돈이 많아 보이는 관광객입니다.
국내에서 보도된 MBC나 SBS기자 사건의 경우 비싼 장비 (카메라 하나에 1억이 넘는다고 하네요) 를 소지했으니 그만한 타겟이 되었겠지요. 그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행했던 사람들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1) 있어 보이지 않으면 되고, 2) 혼자서 다니지 않고, 3) 위험지역에 가지 않으면 남아공이 꼭 우범국가는 아닙니다. 남아공에 가면 무조건 강도를 당할 각오를 하고 가라는 인식은 정말 과장된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오히려 남반구인 남아공은 현재 겨울이기 때문에 매우 춥다는, 추위 조심하라는 보도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문자로 외교부에서 ‘안전 조심’ 하라는 문자가 오는 것은 국가에서 우리의 안전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더군요.
우리가 16강에 진출하게 된다면, 남아공 현지로 떠나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조1위는 사실상 힘들것 같고, 아마도 2위로 진출하게 된다면 그리스전이 열렸던 포트엘리자베스 지역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스스로 조심하면서 편하게 즐기고 오셨으면 합니다. 날이 많이 추우니 동복은 꼭 챙겨 가세요 ^^
이글은 요하네스버그에서 홍콩으로 오는 동안 작성된 글이며, 이곳은 경유지인 홍콩 공항입니다. 추후 사진첨부도 (비록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걱정 덕분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평소 좋아했던 가수인 홍대 4대 얼짱 요조와 같은 조였고, 싸인도 받았습니다. 또, 남자의 자격 촬영팀과 비행기안에서 사진도 찍었고, 세계 각국의 미녀들도 많이 만났지요. 무엇보다 정말 색다르고 유능한 블로거들을 많이 뵙게 되어 다양한 얘기를 나누어 너무 좋았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은 병이 하나 생겨버린 것이 조금 걱정되지만요^^ 이제 하루도 빠짐없이 월드컵 관련글 (주로 분석에 대한 글이 되겠지요) 을 작성할 생각이며, 프로토 매회차 분석은 물론, 해외에 계신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손가락 클릭은 멋진 글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