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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이변은 역시 유로2008 우승국이자 도박사들이 가장 높은 우승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는 스페인을 스위스가 꺾은 것일 것입니다. 남아공에 가 있는동안 저는 일정상 전반 초만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늦게나마 이 경기를 다시 지켜 보고, 스위스의 승리 비결을 찾아 보았습니다.



 

실제로 도박사들도 이 경기의 배당률을 스페인에 치우치게 부여하였으며, 이러한 경기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스페인은 스위스를 상대로 1530패 라는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스포츠베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페인에 걸었고, 스페인의 패배로 많은 돈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반면, 스위스에 건 사람들은 건 돈의 12.92배 정도를 환수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이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만 하는 팀도 아니고, 화려한 패싱 게임을 통해 상대를 압도해 나가는 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결과는 더욱 놀랍게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팀은 상대가 강한 압박수비를 시도할 때, 특정 선수가 막히면 패싱게임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며 무너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패싱게임을 펼치는 팀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공격찬스를 만들어내며, 거기에 결정력을 갖춘 공격라인까지 갖추었다면, 상대가 대적할 수 없는 팀이 되고 말죠.

 

사비와 이니에스타라는 환상적인 볼배급이 가능한 두 명의 미드필더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비야와 토레스라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번갈아쓸 수 있다는 점, 바르셀로나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푸욜과 피케를 그대로 활용하며, 세계최고의 풀백 중 한 명인 라모스가 건재하며, 델보스케라는 명장의 지도력까지 갖춘 스페인은 장점 아닌 단점을 찾기 어려운 팀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은 무적함대를 격파시켰습니다. 그 비결을 저와 함께 찾아 보실까요?

 

1. 탄탄한 조직력, 무조건 역습보다는 상대의 추후 공격에 대비했다.

 

스위스는 사실상 은쿠포를 원톱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190cm의 장신 데르디요크(레버쿠젠)는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불구하고 피케와 푸욜의 오버래핑을 집중 견제하면서 부츠케츠나 알론소로 연결되는 공간을 차단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역습 기회가 생기더라도 측면의 바르네타 정도를 제외하고는 무리하게 역습을 시도하기보다는 위치를 지키며 공수의 밸런스를 충분히 유지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에서 무리뉴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택했던 전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무리뉴의 경우 꾸준히 수비만 하다가 역습 기회에 과감히 역습을 시도한 반면, 스위스는 자신의 위치를 유지한 채 마치 미션이 주어진 것처럼 역습이 실패했을 때 우려되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선제골 장면 또한 단 3명만 공격에 가담하면서 만들어낸 것이었지, 나머지 7명은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며, 자기 진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2. 패싱게임을 압박으로 역이용하다. : 히츠펠트 감독이 원했던 바

 

또한, 스위스 수비는 위치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패스 공간을 좁히기 위해 강한 압박을 시도한 것입니다.

 

압박이 심하면 롱패스는 어렵게 되고, 결국 짧은 패스만으로 공만 빙빙 돌리는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전진을 하더라도 그 거리는 짧을 수밖에 없으며, 볼을 점유하는 시간만 많아질 뿐입니다.


 

스페인은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많음에도 지나친 패싱게임으로 공격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점유율 74 : 26 이 말해주듯 스페인은 압도적으로 볼을 많이 점유했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찬스로 이어지기까지는 짧은 패스만으로는 불가능했습니다.

 

스페인에게는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드리블을 통해 상대수비수들을 제치는 돌파돌격이 필요했었습니다. 하지만, 팀 스타일은 쉽게 변화할 수 없는 것이며, 사비나 사비알론소, 이니에스타가 제공할 수 있는 환상적인 패스에 의한 골만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실제 스페인이 4-2-3-1 로 비야를 원톱으로 내세운 것은 사비-실바-비야 혹은 사비-비야 또는 실바-비야 등의 공격루트를 희망했을텐데, 결국 알론소에서 오버래핑한 카프데빌라, 사비, 이니에스타, 실바가 공만 주고 받다가 무기력한 공격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좋은 찬스 몇 차례가 골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다소 운이 없는 부분이지만, 압도적인 점유율하에서 5/25 의 유효슛팅 비율은 스페인의 경기전개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러한 패싱게임을 히츠펠트 감독은 역이용했습니다. 패싱게임에 의존하려는 선수들의 공간을 좁히기 위해 마치 미션을 부여한 것처럼 선수들을 적시에 배치시킨 것입니다.

 

괴칸 인레르(우디네세)는 다소 공격적인 미드필더인데도, 사비의 패스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한 지나친 압박을 시도했으며, 사비와 알론소의 연결공간을 차단하기 위한 결승골을 넣은 젤손 페르난데즈(생테티엔)의 활약 또한 빛났습니다. 젤손 페르난데즈는 소속팀에서 주로 중앙미드필더로 출전하며, 본래 후겔과 경쟁했던 선수인데 측면에 배치하며 세르히오 라모스를 견제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히츠펠트 감독은 라모스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패스보다는 알론소와 사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인레르, 후겔 등을 보조할 수 있는 용도로 페르난데즈를 사용한 것일 것입니다. , 라모스는 지글러(삼프도리아)에게 맡긴 채 중앙미드필더 3을 두고 스페인의 중앙중심적인 패싱게임을 견제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라모스는 신나는 오버래핑을 하였으나 사비가 압박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마땅한 패싱기회를 잡지 못했고, 패스를 어디로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뒤로 공을 돌려야만 했습니다.

 

히츠펠트 감독이 명장임을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중앙미드필더의 활약에 의존한 패싱게임을 역이용한 그의 용병술에 무한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3. 득점은 상대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이러한 압박을 하는 팀에게 필요했던 방법은 개인기를 통한 돌파였습니다. 하지만, 개인기 좋은 선수들의 역량을 활용하지 못한 것이 스페인의 패인인 것입니다.

 

스위스의 골은 단 3명이 만들어냈습니다. 골은 젤손 페르난데즈가 넣었지만, 피지컬이 좋은 데르디요크의 빠른 돌파가 결국 골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상대 수비를 등지고 했던 빠른 데르디요크의 돌파가 피케의 수비를 무너뜨리면서 골이 된 것이지요.

 

스페인에게 필요했던 대목입니다. 패싱게임으로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이러한 돌파가 필요했습니다. 실제 스위스는 최종수비라인보다는 미들라인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습니다. 리히트슈타이너(라치오)와 센데로스(아스날)가 맡았던 오른쪽 라인에서 이니에스타의 창의적 플레이를 잘 막아낸 것도 중요했습니다. 이니에스타의 돌파가 이루어지지 않자, 결국 더욱 패싱게임에 의존하게 된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같은 선수의 존재가 생각나는 스페인이었습니다.

 

패싱게임에 의존했던 스페인에게 필요한 방법으로 골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잘 지킨 스위스에게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Bouns  : 스위스의 스페인전 비결, 칠레에게도 같은 방법이 통할까?

 

스위스의 2번째 상대인 칠레는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구사하는 팀입니다. 중앙에서의 패싱게임보다는 측면돌파 또는 개인기로 골을 만들어내며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골을 기록했었습니다.

어쩌면 현재 칠레는 스위스가 상대하기에 까다로운 팀이 아닐까 싶습니다. 칠레의 약점 또한 무리한 공격에 의한 수비라인의 붕괴인데, 그 점을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소 공격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1-3 으로 패한 적이 있는 스위스는 칠레의 매서운 공격라인 (산체스, 수아조, 페르난데즈, 보세주르 등) 을 다시 상대해야 합니다.


아마도 히츠펠트 감독은 다른 용병술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용병술이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젤손 페르난데즈가 중앙에 치우친 미들라인에서의 압박으로 인레르를 지원했다는 점은 스페인전의 특색이었습니다. 칠레가 중앙에서의 패싱게임이 주요 공격루트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측면에 대인마크가 뛰어난 선수를 배치하여 산체스나 보세주르 등의 측면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방식을 사용했을 때 칠레는 버거운 팀입니다. 오히려 칠레에게는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아공에 있을 때 선시티라는 관광지에서 자유시간을 주었는데 저는 30분밖에 이 경기를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전반 뒷부분과 후반전은 와서 볼 수 있었네요.

 

아직 볼 경기들이 너무나 많네요. 남아공에서 좋은 것도 많이 보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기분 좋았더만, 또 사람의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존재들이 몇분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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