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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 해설자로서 새롭게 태어난 레전드

 

한 국가, 혹은 한 팀의 축구를 대표했던 선수에게 레전드라는 칭호를 붙입니다. 차범근 현 해설위원님이 한국축구를 세계에 알리고,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한국축구의 레전드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을 만들어 유소년 축구 진흥에 앞장서고 계실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의 본보기로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끌고 계시는 분이 바로 차범근 위원이십니다.

 

한국에서 레전드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없었습니다. SBS와 전속계약을 했다고 할 때 일부 비난의 여론은 이를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었으며, 수원삼성의 감독으로서 소속팀이 부진에 빠지자 차범근 감독을 욕하는 팬들 또한 많았습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으로서의 차범근에 대한 예우도 좋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에게 0-5 로 대패했던 한국축구의 레전드의 자존심은 무시한 채 대회도중 바로 귀국시켜버렸던 것이지요.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이번 월드컵 8강에서 독일에게 0-4 로 크게 깨졌는데도 환영받고 있는 일과는 극히 대조적입니다.

 

얼마전 많은 비난 여론 속에 수원 삼성의 감독을 그만 두시고, SBS 메인해설자의 임무를 맡아서 경험자로서의 입담을 보여주시며 축구팬들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입니다. 그냥 '차붐' 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닙니다.



한국 축구 해설자로서의 차범근 : 한국 축구를 잘 알고 있는 해설

대한민국의 4경기에서 모두 해설을 맡으셨던 차범근 해설위원은 한국 선수들에 대단히 잘 아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수많은 입담들은 보는 한국사람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배성재 아나운서와 함께 짝을 이뤄서 차분함이라는 컨셉을 만들며, 호평을 받고 있는 차범근 해설위원은 감독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완전히 만회한 모습입니다
.

대한민국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외치는 이라는 소리와, 그리고 함께 나오는 선수이름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합니다
.

개인적으로는 조금 빠른 말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선수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차분하면서도 애정이 느껴지는 해설은 우리 국민들이 기분 좋은 한국 축구를 볼 수 있는 모티브이기도 했습니다
.  

 

다른 경기 해설자로서의 레전드 차범근 : 2% 부족한 해설

 

하지만, 대한민국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다른 나라의 해설도 도맡아 하시고 계신 차범근 위원의 다른 나라간 경기 해설에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16강전이나 8강전 경기에서 수없이 느꼈습니다. 축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의 플레이는 선수 및 감독의 경험에서 비롯된 노하우로 적절하게 설명하시지만,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어떤 선수인지 자세한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팀이 어떤 플레이를 평소에 해 왔는지, 국대나 소속팀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습니다. 소속팀 정도(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정보)만을 얘기하고 그뿐입니다. 그래서 해설이 이어지지 못하고 답답합니다.

 

오늘도 네덜란드의 유망주 엘리야가 들어왔는데, ‘검은 로벤이라고 불리우며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고 아나운서가 얘길 했는데도 함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입니다정도로 미흡한 대처를 보이셨습니다. 그 부분에서 엘리야가 어떤 플레이를 주로 펼치고, 그가 뛰었던 대표적인 경기라도 소개해 주셨으면 더 재미있는 해설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박문성위원님나 장지현위원님의 활기차고 스키마(배경지식)가 느껴지는 해설이 좋습니다. 원래 그 정도의 스키마를 갖추신 것인지, 아니면 공부를 하고 오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준비된 해설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토너먼트도 내심 두 위원분께서 나눠서 전담해 주셨으면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해설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차범근 해설위원님은 우리나라 경기가 아닌 다른나라간의 경기를 해설할 때는 준비되지 않은 해설자로서의 모습을 보이십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해서는 너무 잘 알고 계시지만, 다른 나라의 낯선 선수가 등장했을 때 그저 그 선수의 이름과 소속팀만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차범근 해설위원님은 특정팀의 전술이나 선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네덜란드vs브라질 8강전 경기의 경우, 실리 축구 얘기만 수없이 반복하면서 브라질의 선제골 이후 플레이나 네덜란드의 당시의 공격전술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습니다.

 

솔직히 부족한 지식은 공부를 통해 메꿀 수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아는 것 아닙니다. 조금 경기 시작전에 어떤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찾아보시고 오시든지 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팀의 플레이, 그리고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해설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선수가 등장했을 때,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에 대해, 또한 감독의 전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을 때 해설자의 역할 또한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금 느리지만 직설적이고, 무엇보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차범근해설위원의 해설은 그게 매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는 이의 입장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원합니다. 차 위원님께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해설에 임한다면 더 좋은 해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독일vs스페인의 4강전과 결승전 또한 차범근 해설위원님이 해설하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다른 모습의 해설을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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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데 많이 고민했습니다. 원래 8강전 경기가 끝나고 쓰려고 했던 글인데, 오늘은 좀 바뀐 모습을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변화된 것은 없었습니다. 차범근 해설위원님이 더 나은 해설을 했었으면 하는 판단에, 약간의 비판적인 어조로 써 보았습니다.

 

다른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생각의 차이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론 더 좋은 글을 만드는 묘약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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