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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루룩주루룩 내리는 빗소리.

소년은 멈춰선다.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너 무슨 생각을 하니?"

바람이 살며시 낮은 톤으로 묻는다.


"바람아... 있잖아..."

소년은 말을 잇지 못한다. 바람은 온갖 곳을 떠돌며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소년은 그런 바람에게 궁금한 게 있었다.


"무관심말인데, 사람에게 무관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니?"

나지막히 바람을 마주보며 묻는다. 소년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관심을 버리면 되지... 무관심해지고 싶은 사람 있니?"

바람은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한다.


"응. 무관심해지고 싶어. 그냥 모든 사람에게.... 근데 잘 안 돼..."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람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네가 관심을 가지니까 무관심하지 못한거야. 무관심해지는 건 정말 쉬워"

바람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남한테 무관심해지려면... 그 사람이 나한테 무관심하다 생각해봐... 그럼 되잖아.."


"그게 안 된다니까.. 내가 무관심하지 않으면 사람들도 나한테 무관심하지 않거든"

소년은 침울해진다.


소년을 바라보는 바람은 답답하다.

도대체 소년은 나한테 무슨 얘길 듣고 싶은걸까.

다른 사람들은 남이 무관심하면 무관심한 사람에겐 관심을 갖지 않는데,

보고 있으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런 소년이 가엾기도 하다.


"바람아..."

소년이 바람을 다시 부른다.


"응..."

바람은 천천히 대답한다.


"자연스럽게 무관심해지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 그건 뭐야?"

소년은 손가락을 이랬다 저랬다 하며 바람에게 묻는다.


바람은... 한참 생각하다..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에 대한 관심 정도지. 너무 당연한 얘기야.."

"넌 네가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무관심하지 못하는 거라구.."


소년은 고개를 끄덕인다. 순간의 적막감이 주위를 감싼다.

바람은 우울해 보이는 소년을 향해 서늘한 바람을 불어넣어준다~

'유후~~~~'


그 때 갑자기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한 소녀.

소년의 표정은 밝아진다.

그토록 우울하던 표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봄꽃의 기운이 감돈다.


바람은 웃음짓는다. 이제야 알 거 같았다.

소년에게 눈웃음으로 가볍게 인사건네며 슁슁 불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