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로마 매각, 자본의 세계화 실현되나
명문 AS로마의 매각
AS로마의 로젤라 센시 구단주가 밀라노에서 범유럽은행사인 유니크레디트와 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로써 AS로마과 센시 가문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으며, 유니크레디트는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강팀의 자리에서 군림해 온, 지난 시즌 인테르에게 아쉽게 밀려서 2위를 기록했지만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AS로마는 빠른 시일내에 새 투자자로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투자’ 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링크된 투자자는 제약회사인 안겔리니와 사우디왕가입니다. 안겔리니보다는 사우디왕가의 거대한 자본을 팬들도, 그리고 선수들도 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중동지역의 거대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왕가에 매각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자본의 세계화라는 트렌드를 로마가 확인시켜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UAE 출신의 만수르 구단주가 보여준 맨시티의 투자 전례가 있기에, 아랍(중동) 자본의 유입을 팬들이나 선수들은 희망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탈근대, 그리고 자본자유화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입니다.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는 세계사적 흐름을 주도하는 하나의 트렌드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을 종결지으며 완전히 통일하기까지 여러개의 지역국가로 나누어져 있었던 이탈리아에서의 변화라면 더욱 주목할만 합니다. 이는 세계사의 발전이기도 하지만, 지역주의가 심한 세리에에서의 변화는 축구 역사의 진보를 의미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배경을 살펴 보면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근대적 사고로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반전운동과 탈 산업사회의 움직임에 바탕을 둔 1968년 혁명은 포디즘(Fordism)식 축적체계의 붕괴를 불러일으켰고, 근대적인 문제의식에서 탈근대적(Postmodern)인 문제의식으로 관심의 전환(Conversion)을 가져왔습니다. 이는 계급,민족,인종 등 기존의 균열(cleavage)을 재구성하고, 환경이나 여성 문제 등에 초점을 두어 과거의 패러다임을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탈근대 시대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시류를 형성합니다.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시장의 이익에 부합하면서 다민족적, 다인종적 변화를 추구한 것입니다. 세계화의 물결은 자본 간에도 국제간의 장벽을 허물었고, 다양하게 확산되었습니다. 외국인이나 외국기업들이 투자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거대 자본도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중동자본은 폐쇄적인 자본운영시에는 숨겨져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자본자유화를 통해 그 영향력이 대두되게 되었고, 그것은 유럽 빅클럽에의 투자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인식의 변화
이러한 로마의 매각과 관련하여 더욱 놀라운 것은 프란체스코 토티 (로마의 프랜차이저 스타) 를 비롯하여 선수들이 구단이 부호에게 팔려가길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는 그동안 재정난에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아퀼라니를 리버풀로 보내야 했으며, 지난 시즌 임대로 로마에서 뛰었던 토니도 잡지 못하고 보내야 했습니다. 유로파리그는 얕은 스쿼드뎁쓰로 인해 사실상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리그와 코파이탈리아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라니에리 감독의 지도력이 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세리에A 및 코파이탈리아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민족주의적 이데올로기가 팽배해 있었다면 이러한 반응은 어려울텐데, 선수들도 실리에 부합하는 선택과 바람을 하는 경향입니다. 부호가 구단주가 되면, 분명히 구단의 투자는 늘어날 것이고, 더 좋은 선수들과 함께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투자가 많다고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나폴리나 맨시티가 상위권팀으로 도약한 것을 생각하면 구단주의 투자가 전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선수들은 중동의 부호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전통보다는 우승을 원하며, 우승을 향해 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근대적 사고가 아닌 탈근대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자본으로 ‘성적’ 을 사는 것에 썩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리에A에 중동자본이 영입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탈민족, 탈인종 시대입니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동의 부호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문화적인 우월주의에 빠져 서구사상에 젖어있다면 중동문화 그 자체로서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로마가 중동자본에 인수되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그리고 그 투자가 성공한다면 자본의 세계화 트렌드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부호들은 가능성 있는 클럽이나 선수들에 크게 투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고, 그것은 축구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지요.
얼마전 인터밀란은 3500만 유로의 높은 이적료를 받고 유망주 마리오발로텔리(전 인터밀란, 현 맨시티)는 맨시티로 이적시켰습니다. 이는 발로텔리의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자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큰 자본이 오가면 오갈수록 구단 및 선수의 동기부여는 커지게 되고, 그것은 축구를 보는 사람에게도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나저나, 로마선수들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로마 선수들의 바람처럼 사우디왕가가 로마를 인수해서 침체된 세리에A에 활기를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세리에A 개막이 이제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로마는 어디에 인수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