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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전쟁, 엘 클라시코 더비


손예진과 김주혁이 연기한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서로가 바르샤의 팬(손예진)과 레알의 팬(김주혁)임을 인식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늦은 새벽 맥주를 마시며 함께 엘 클라시코 더비를 시청한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고 부러운 모습이다. 사랑스런 내 여자친구는 나를 따라서 배팅한다고 하면서도 영화 막바지의 배경이었던 누캄프 경기장이 이뻤던 게 기억난다고 뿐 '그때 자야지' 하며 실제 축구 경기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나는 여기서 파격적인 제안을 하나 해 보고자 한다. 더비 경기의 관람료를 낸다는 기분으로 한 번 배팅해보라는 것이다. 그 게임을 시청할 수 있는 기회는 1년에 두 번뿐이다. 또한, 축구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겜블 가능성이 거의 없는 라이벌이자 자존심이 걸린 정말 중요한 승부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려한 스타플레이들이 한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지 않는가. '돈'을 걸고 어느 한 팀을 응원할 수 있다면 더욱 더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엘 클라시코 더비는 단순한 더비 이상의 성격을 지닌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둘이서 나누던 너무도 엎치락뒤치락인 상대전적에 대한 얘기를 제쳐두고라도 카스티야와 카탈루냐의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보이지 않는 '내전'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전쟁의 축구 경기에 초대받은 설레임은 벌써부터 시작되었다. 바르셀로나의 누캄프 구장은 118,000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경기장이다. 이 경기의 중요성을 더 더해주는 듯 하다.

이 경기는 늘 그랬듯 박빙의 경기가 예상되어야 했다. 하지만, 오즈들은 현실을 바라보는 데서는 냉정했다. 최근 감독 교체 등 진통을 겪은 레알마드리드에게 주어진 4.70  (해외에서는 5점대) 의 배당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어수선한 팀분위기와 홈극강(누캄프)의 바르셀로나의 패배는 없다고 본 것이다. 과연 바르샤에게 주어진 1.45의 배당은 합당한 배당일까?

현재 상황과 전력은?

홈팀 바르셀로나와 원정팀 레알마드리드는 현재 각각 1위와 5위를 달리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2승의 여유를 유지한 채 2위 비야레알에 승점 6점 앞서 있고, 레알마드리드는 최근 홈에서 세비야에게 3:4 로 패하는 등 페이스가 좋지 않은 상황, 승점 26점으로 2위와 단 1승차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누캄프 파워를 증명이라도 하듯 바르샤는 홈에서 5승 2무의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레알마드리드는 홈무패가 세비야에게 깨졌고, 원정에서는 3승 1무 3패의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바르샤는 홈에서 평균 3.71득점, 0.71실점으로 공수의 압도적 조화로 타팀을 압도하고 있다. 홈에서 헤타페, 산탄데르와 의외의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AT마드리드를 6:1로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3위 발렌시아를 홈에서 4:0 으로 격파하고, 4위 세비야를 원정에서 3:0 으로 격파했다. 최근 레알에게 우승을 내 준 근황과 달리 올시즌만큼은 압도적인 플레이로 프리메라리가를 정복하고 있는 것이다.

레알은 최근 헤타페와 세비야에게 리그 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번에 패하면 3연패의 위기에 처한다. 챔스에서 라모스 감독의 영입 이후 제니트를 홈에서 3:0 으로 완파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새로운 감독의 영입은 선수들에게 분위기 전환의 기회가 되고 어수선한 팀분위기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벤에 엘 클라시코 더비에 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두 팀의 상대전적을 살펴 보자.



총 68승 30승 58패로 레알마드리드가 앞서고 있는 라이벌전, 2000년 이후에는 프리메라 정규 리그에서만 격돌을 했다. 7승 6무 4패로 레알마드리드가 2000년 이후 성적은 더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누캄프에서는 2승 4무 2패로 호각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레알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더블을 기록했다. 두 팀 사이에 더블이 나오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 하다. 레알은 작년 압도적 전력으로 우승을 했고, 바르샤마저 두 번 다 꺾었었다. 이제는 바르샤가 그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 타이밍이다. 하지만, 레알 역시 '3연패'라는 역사에 몇 번 없을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예상 스쿼드와 간략한 포메이션은 다음과 같다.

바르셀로나

발데스
마르케스 푸욜 아비달 알베스
사비 투레 케이타
앙리 에투 메시

정말 환상적인 라인업이다. 비록 이니에스타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미드필더라인은 너무나 환상적이다. 구드욘센과 보얀, 흘렙이라는 훌륭한 서브도 존재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알베스의 패싱능력과 드리블 능력은 이번 경기에서도 기대해 볼만 하며, AT마드리드의 아게로나 발렌시아의 비야 등을 완벽히 막아냈던 수비라인은 어느 팀도 쉽게 넘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다. 거기에 지난 챔스에서 주전 대부분을 쉬게 하고 2진 스쿼드로 임했다. 물론 2:3 으로 샤흐타르에게 졌지만, 그것은 지난 시즌 더블을 당한 엘클라시코더비에서의 복수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레알마드리드

카시야스
라모스 칸나바로 메첼더 살가도르
가고
구티 반더바르트 
드렌테 라울 이과인

지난시즌 주역이었던 호빙유가 빠진 라인업은 공백이 커 보인다. 반니, 디아라, 페페 등 주전들의 부상이 유난히 눈에 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공백이 그리 커 보이지 않음은 왜일까. 바르샤에 알베스가 있다면 레알엔 라모스가 있다. 유로2008에서 가장 많이 뛰어다니며 올라운드플레이어에 버금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라모스의 무게감이 커 보인다. 칸나바로라는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의 이름도 눈에 띈다. 젊은 가고와 이과인뿐만 아니라 세대교체를 위해 국대를 양보한 라울 곤잘레스의 노장 투혼도 기대해 볼만 하다. 훈텔라르의 영입은 새로운 분위기 전환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시즌 부진한 카시야스의 슈퍼세이브는 언제 빛을 발할지 모른다. 체력에서 주중 제니트와의 경기에 최선을 다해 조금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없었고 그간의 휴식은 그렇게 짧은 휴식은 아니다.

체리쉬는 이 경기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 경기는 더비여서일 뿐만 아니라 향후 일정상으로도 두 팀에게 있어 반드시 패해서는 안 되는 경기이다. 바르샤는 이 경기 이후 비야레알 원정을 떠나고, 레알마드리드 역시 발렌시아와 비야레알과의 상위권 대결이 남아 있다. 자존심 대결에서 패하는 것은 사기 저하에 더 직접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르샤는 레알마저 잡아버린다면 적수가 없을 것이나 패한다면 비야레알 원정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레알은 이 경기를 잡으면 그동안 침체된 분위기가 리버스턴될 수 있겠지만, 패하면 심하게 5연패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전력상 바르샤의 우위를 부인할 수 없다. 부상선수로 반니와 디아라, 페페를 잃은, 또 로벤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레알의 입장은 많이 암울하다. 뿐만 아니라 누캄프라는 '원정팀들의 지옥'에서 경기를 하는 메시,에투,앙리라는 화려한 공격진은 너무나 매섭다. 레알의 칸나바로와 메첼더, 라모스, 살가도 (예상) 의 수비라인이 얼마나 잘 막아줄지 모르고 카시야스의 슈퍼세이브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레알의 스쿼드가 평범한 팀 스쿼드 이상임은 분명하며, 엘 클라시코 더비라는 점(바르샤도 마찬가지지만), 3연패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선수들의 정신력, 뿐만 아니라 이번 승리로 변곡점을 찾고 싶은 마음은 레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 준다. AT마드리드,세비야,발렌시아가 차례로 바르샤의 공격진에 속수무책이었지만, 그러한 학습효과에 의해 레알은 충분한 대비를 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는대로 바르샤의 대승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베티스,에스파뇰,세비야 등 스페인 축구팀을 지도해 본 적이 있는 새 감독 라모스의 화이팅은 레알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훈텔라르의 영입은 그런 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다. 슈스터감독이 다소 클래식했다면, 라모스 감독은 왠지 진취적이다. 그러한 결단력은 엘클라시코더비에 임하는 선수들에게는 분명한 힘이 될 것이다. 푸욜과 마르케스의 중앙라인을 돌파할 대비책을 아마도 세워놓지 않았을까?

바르샤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공격진의 슛팅을 바탕으로 경기를 이끌어가려고 한다면, 레알은 다소 이 경기에서 전략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라모스의 중앙돌파로부터 가고의 개인기에 의한 드리블, 그리고 노장 라울의 마무리 등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밑그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극한 상황에서는 힘을 낸다. 이육사 시인의 '절정'이라는 시에서 "서리빨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레알의 입장이 이러하다. 2연패를 당했다, 감독까지 교체되었다, 앞으로의 일정은 더욱 험난하다...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이지만, 극한 상황의 레알마드리드가 승점 35점의 다소 여유로운 바르셀로나보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임해야 하며, 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레알은 레알이다. 그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얘기한대로 나는 이 경기를 바르샤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스쿼드상의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레알의 우세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역사가 깃든 엘클라시코 더비인만큼, 라이벌전인만큼 치열한 박빙의 경기로 보는 것이다.

박빙의 경기로 본다면, 어디에 배팅해야 하는가?

나는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자가 최적 선택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효용극대화이고, 하나는 비용극소화이다. 당첨금을 효용의 크기라 가정했을 때, 같은 효용을 누리기 위한 배팅액의 액수는 레알마드리드쪽이 무려 3.24배 더 적다. 예를 들어 10만원을 만들기 위해 바르샤에 69,000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면, 레알에는 22,000원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2폴더 원칙이 존재하며, 나머지 한 폴더가 NBA의 댈러스가 되든, 다른 팀이 되든 두 경기만 놓고 봤을 때 3.24배의 지출을 더 적게 하는 것은 레알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승리의 확률이 바르샤가 높다면 이러한 생각은 수정되어야 하지만, 승 33.3%, 무 33.3%, 패 33.3% ... 즉 똑같은 1/3의 확률이라고 경기를 보고 도전한다면 당연히 배당이 높은 팀(레알마드리드)의 승리에 배팅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이 더비경기를 즐기지만, 두 팀 중 특정팀을 응원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경제학적으로 레알마드리드 사이드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전력상 우위로 평가되던 맨유가 아스날에게 패한 것이나, 첼시의 스탠포드브릿지 무패행진이 리버풀에게 깨진 불과 몇달전의 경기결과는 이러한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배팅을 지지해준다.

배팅업체의 배당은 바르샤의 배당과 레알의 배당이 동시에 하락하며, 무승부의 배당이 상승하고 있다. 엄청난 액수가 몰릴 것만 같은 엘클라시코더비, 두 팀 모두 배팅회사가 스폰서라는 점이 조금은 찝찝하지만, 축구전쟁이라고 불리우는 바르샤와 레알의 일전임을 고려할 때, 또한 두 팀의 상황을 봐도 겜블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다. 설혹 이 경기가 겜블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승부에 과감히 배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나는 이 경기 레알마드리드의 고배당 4.7배 승리에 '댈러스 승(vs 오클라호마)' 또는 승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경기와 묶어서 배팅하고자 하며, 치고 박고 싸우다가 무승부를 할 확률도 고려하여 정확히 본전만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무승부에 배팅하고자 한다. 바르샤가 승리한다면 전멸이지만, 엘 클라시코 더비를 직접 시청한 관람료라고 생각하며 마음 편히 생각할 것이다.

엘 클라시코 더비를 무승부에 배팅한다면 정말 경기가 재미없을 것이다. 무승부를 기록하길 바라고 경기를 지켜본다면.... 그래서 한 팀을 찍어서 배팅하길 권하고 싶다. 물론, 자신이 바르샤의 팬이라면 바르샤에 배팅하는 것이 당연하다.

레알마드리드의 승리를 기원하며, 그리고 레알에 배팅한 나의 동지, 수많은 토터들의 98회차 건승을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친다.



* 내일 오전에 시험이라 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짧게 써 봤습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아래, 광고 하나만 클릭해주세요 ^^ 모두 건승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