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아트사커, 프랑스축구의 파격적인 변화
프랑스 대표팀의 남아공월드컵에서의 모습은 정말 오합지졸이었습니다. 팀내 고참 선수들과 도메네크 감독의 불화가 터지면서 법정 싸움에까지 갈 정도로 심각한 팀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추격골을 성공시킨 것 외에는 1무2패라는 처참한 성적과 단 1득점이라는 득점 빈곤을 보이며 아트사커의 자존심을 구겼던 프랑스 축구가 대대적인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변화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며, 새로운 감독 로랑 블랑 감독은 리옹의 시대를 종결시키며 08/09 시즌 르샹피오네 우승을 차지하는 등 프랑스 축구의 발전을 이끈 명장입니다. 지난시즌은 시즌 초반에는 좋았으나, 막판 페이스가 좋지 못하면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유벤투스, 뮌헨 등과 챔피언스리그 같은 조에 편성되어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보르도 축구를 세계 정상급으로 올려 놓고, 국대 감독에 선임되었습니다.
명장 하의 프랑스는 어떤 변화를 추구했을까요?
일단 선수단 파동과 연루된 남아공월드컵 엔트리 전원을 평가전 명단에서 제외했습니다. 유로2012 등에는 일부 선수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하지만, 팀 케미스트리를 바로잡기 위한 용단으로 보입니다.
- 아트사커, 프랑스의 새 소집명단 -
GK : 니콜라스 두체스(렌), 슈테파네 뤼피에(모나코)
DF : 알리 시소코(올림피크 리옹), 아딜 라미, 마티유 데부시(이상 릴), 로드 파니(렌), 필립 멕세스(AS로마, 이탈리아), 마마두 사코(파리 생제르망), 벤와 트레물리나스(보르도)
MF : 요한 카바예(릴), 라사나 디아라(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블라이세 마투이디(생티티엔), 얀 음빌라(렌), 사미르 나스리(아스날, 잉글랜드), 샤를 은조그비아(위건, 잉글랜드), 무사 시소코(툴루즈)
FW :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스페인), 하템 벤 아르파(마르세유), 지미 브리앙(올림피크 리옹), 기욤 호아루(파리 생제르망), 제레미 메네스(AS로마, 이탈리아), 로익 레미(니스)
리옹의 우수한 골키퍼였던 휴고 요리스까지 제외해버린 용단을 택한 로랑 블랑 감독의 새로운 프랑스는 얼핏 보기엔 없어 보이지만, 꼼꼼히 살펴 보면 참 대단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1. 골키퍼
두체스나 루피에는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선수들입니다. 프랑스에 프레이, 요리스 등 좋은 골키퍼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국대급 골키퍼의 기량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큰 걱정꺼리가 없게 합니다. 아무래도 뤼피에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2. 수비라인
수비라인에서는 릴의 유로파 선전을 이끌었던 아딜 라미와 그리고 로마에서 주앙, 부르디소와 함께 철의 센터백을 이루었던 맥세가 센터백을 맡습니다. 그리고 유망주 마마두 사코(PSG)의 선발은 로랑블랑 감독의 과감함을 연출합니다.
(프랑스의 유망주 마마두 사코 - 이미지 : DAUM)
블랑 감독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트레물리나스와 리옹의 알리시소코가 측면의 한쪽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선수를 쓴다면 트레물리나스를 사용할텐데, 멋진 오버래핑으로 보르도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트레물리나스를 국가대표에서 보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오른쪽 측면에 시소코를 쓰기보다는 파니(렌)를 쓸 것으로 보이는데 다소 측면 수비가 불안해 보이는 것이 유일한 프랑스 수비의 단점입니다.
실제로 아비달, 갈라스, 에브라, 클리시(사냐) 만큼의 네임벨류는 아니지만, 한층 젊어져 보이는 프랑스의 이 어린 수비진들은 경험과 조직력을 갖췄을 때 월드컵 멤버들보다 더 높은 시너지를 향후 보일 것이라고 체리쉬가 자신해 봅니다.
3. 미들라인
라사나 디아라는 원래 국가대표급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남아공행이 좌절되었었고, 모우사 시소코는 앙드레 지냑과 함께 툴루즈를 이끈 선수입니다. 실제 툴라랑과 알루디아라 등이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한 게 미들라인의 공백으로 남았었는데, 라사나디아라와 모우사시코코, 그리고 카바예 등이 갖추는 새로운 미들라인의 변화를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소 평가를 보류하고 싶습니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의 미들라인이 없어서 프랑스 축구가 펼쳤던미들에서의 공격라인의 매서운 플레이를 누가 맡아주느냐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프랑스의 유망주 구르퀴프의 배제인데, 실제 알력 싸움에서 구르퀴프는 하나의 피해자였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보르도 공격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구르퀴프는 로랑블랑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곧 다시 소집될 수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4. 공격라인
공격라인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습니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은 많지만, 뭔가 비조직적으로 느껴지는 공격라인에 늘 불만이었습니다. 과거 지단이 있을 때 지단의 플레이만으로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던 프랑스가 아닌 이상 더욱 공격라인의 손발이 중요한데 월드컵에서는 이것이 전혀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로랑블랑의 카드는 멋진 프랑스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세대교체로 보입니다. 과거 프랑스 공격을 이끌었던 앙리나 트레제게 등이 모두 물러난 시점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보입니다.
저는 소속팀에서 가끔 말썽을 일으키긴 하지만, 벤아르파는 마르세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으며 개인기가 워낙 뛰어난 선수이기에 기대가 많이 됩니다. 벤제마 역시 레알마드리드에서 이과인에게 주전자리를 내 주고 말았지만 프랑스에서 활약할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니스의 골잡이 로악 레미의 빠른 스피드는 빅클럽들의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오른쪽에서 지미 브리앙은 스타드렌에서 리옹으로 이적을 하였는데, 플레이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4-3-3 을 주로 구사했던 블랑 감독이기에 쓰리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벤제마와 아르파가 한 자리를 차지할 가운데 레미가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충분히 지미브리앙이나 기욤 호아루, 메네즈도 서브로 좋은 활약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다양한 공격자원을 보유한 프랑스의 세대교체는 블랑 감독의 지도력이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렵지 않게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노르웨이와의 평가전
이러한 새로운 프랑스 대표팀은 노르웨이와 첫 원정 평가전을 치릅니다.
노르웨이 역시 유로2012 를 대비하는 입장에서 (유로2012 예선은 9월에 시작됩니다) 정예멤버를 소집했습니다.
- 노르웨이의 유로2012 대비 소집명단 -
GK : 루네 알멘닝 야르스타인(바이킹), 욘 크누드센(스타백)
DF : 바딤 데미모프(로젠보리), 브레데 한겔란트(풀햄, 잉글랜드), 톰 회글리(트롬소), 욘 아르네 리세(AS로마, 잉글랜드), 에스펜 루드(OB, 덴마크), 키에틸 배흘러(AaB, 덴마크)
MF : 모르텐 감스트 페데르센(블랙번, 잉글랜드), 크리스티안 그린트하임(헤렌벤, 네덜란드), 헤닝 하우게(스타백), 페르 실리안 스키엘브레드(로젠보리), 얀 구나르 솔리(브란), 비외른 헬게 리세(풀햄, 잉글랜드), 루벤 이테르가르드 옌센(트롬소)
FW : 모하메드 압델라우에(발레랑가), 욘 카류(아스톤 빌라, 잉글랜드), 에릭 후세클레프(브란)
실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 온 이 선수들, 그리고 좋은 기량을 지닌 한겔란트, 데미도프, 리세 같은 수비라인의 조직력은 노르웨이 축구의 강점입니다. 역습 축구에 능한 애스톤빌라에서 활약 중인 욘 카류의 역습 또한 매섭지요.
노르웨이 또한 평가전이긴 하지만, 유로2012 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프랑스에게 쉽게 지고 싶어하지는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위험요소가 있다면 르상피오네가 개막한 가운데 얼마나 대표팀에 선수들이 올인하느냐인데, 반대로 보면 대표팀 개편을 선언한 상태에서 주전자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가능성 또한 남겨두어야 합니다.
사실 개인기량으로는 프랑스의 우위이지만, 조직력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에 이 경기의 향방은 예측하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랑스가 새로운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산다면 프랑스의 배당률은 가치가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오늘의 A매치 : 쉬어가는 독일, 네덜란드 /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아르헨티나
그밖에 독일,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이 평가전을 치릅니다. 세 팀 모두 원정 경기를 치르는데, 독일은 덴마크 원정,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 원정, 아르헨티나는 아일랜드 원정을 떠납니다. 세 나라 모두 원정길이 힘들다고 소문난 곳입니다.
1) 독일은 외질, 케디라, 토마스뮐러, 슈바인슈타이거, 포돌스키, 클로제, 필립람, 메르데자커, 프리드리히 등 남아공월드컵의 스타들을 모두 소집제외했습니다. 제롬보아텡, 마르코마린, 토니크루스 등이 잘 알려진 이름들입니다. 덴마크는 폴센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공격의 핵심인 벤트너가 EPL 개막을 앞두고 제외된 상황입니다.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덴마크의 선전이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비록 덴마크가 일본에 패하기는 했지만 고산지대 비적응이라는 체력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고, 홈그라운드에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네덜란드는 심할 정도로 월드컵 멤버를 대부분 쉬게 했습니다. 네덜란드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파선수들로 소집했는데, 상대 우크라이나는 기분이 나쁠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셰브첸코(디나모키에프) 등 자국리그 선수들은 물론 아나톨리 티모슈크(바이에른뮌헨) 등 최정예멤버를 소집했습니다. 이 경기는 우크라이나의 우세가 너무 당연해 보인다는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결정력 부족이 늘 문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무승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싶습니다. 해외 현금의 흐름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몰빵이 되고 있습니다.
3) 아르헨티나는 정예멤버를 모두 데리고 아일랜드 원정으로 떠납니다. 아일랜드 또한 월드컵에 가장 아쉽게 진출하지 못했던 팀 중 한 팀입니다. 아일랜드는 선수 대부분이 잉글랜드에서 뛰고 있는 주전선수들이며 조직력만큼은 아르헨티나보다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브라질은 미국과의 경기에서 2-0 으로 승리했지만, 각종 리그 시작을 앞두고 아르헨티나가 과연 얼마나 최선을 다할지, 섬나라나 고산지대 등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던 아르헨티나의 징크스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관점에서 역시 홈팀 사이드로 보고 싶습니다. 해외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정예멤버 소식에 아르헨티나 사이드로 흐르고 있습니다.
리그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전력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는 A매치 데이입니다. 유럽팀들에게는 유로2012 때문에 다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의 변화에 대해 궁금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짧게나마 써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