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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감,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어야.


중동의 강호 이란을 상대로 0 : 1 패배,  숫자(스코어)가 말해주는 데서 많은 분들은 한국축구에 또 한 번 실망을 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축구 경기들의 결과를 예측하고, 또 복기해 본 입장에서 어제의 패배가 충격스럽다기보다는 지나가던 과정 중 하나이며, 오히려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경기입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리할 때는 한국 축구 미래 밝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란에게 패하니 하루 사이에 그 입장이 바뀌어버려서 많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네요.

 

실제로 친선경기는 실전에 비해 100% 의 역량을 발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꼭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술 시험을 위해 과감히 버리기도 합니다.

 

한 예로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는 일본-중국 투어를 치르며 세대교체에서의 전술 시험을 다양하게 시도했습니다. 일본에게 0-1 로 패하고, 어제 중국에게 1-1 로 무승부를 기록했지요.

 

어떤 유명한 말을 패러디해보자면 평가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 경기에서 우리 한국축구가 3가지 가치를 찾았다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첫번째 가치 : 자만할 수 있었던 타이밍에서 경계심을 주다.

모든 스포츠, 아니 일상생활에서도 일이 무조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자만을 하게 되지요. 나이지리아전에서 2-1 로 승리하면서 데뷔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면만 보였던 조광래호는 어제 패배로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종이 한 장 차이이지만, 자신감이 자만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게 특정한 계기가 생긴다면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패배가 없었다면 전술적인 문제점, 어떤 상황에서 위기를 맞이했는지의 복기가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것이고, 오히려 중요한 대회에서 더욱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우승국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일격을 당하며 자만에 빠질 수 있는 현재의 상태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 주었고,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했던 독일 역시 세르비아에게 0:1 로 패하면서 문제점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이란에게 패한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현재의 상황이 자만으로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중요한 타이밍일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두번쨰 가치 : 이란처럼 미들에서의 수비가 좋은 팀을 상대해 본 소중한 경험


조광래호의 3-4-3 전술을 수비가 안정된 상태에서 미들에서 패싱게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혹은 측면돌파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적실성을 발휘합니다. 상대가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서 공세를 펼치며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전술인데, 어제의 이란은 그러한 전술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미들에서 주도권을 쉽게 내 주지 않았습니다.

 

나이지리아가 체력이나 시차의 문제도 있었지만, 전술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자주 내어주는 팀이었던 반면 이란은 미들에서 쉽게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으며 수비 뒷공간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지요. 초반 위력적인 공격이 몇차례 실패하면서 경기 전반적으로 이란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네쿠남(오사수나)이라는 훌륭한 미드필더 자원을 갖춘 이란은 다른 팀과는 달랐습니다. 조광래 호는 많은 팀을 상대해 보아야 하며, 미들에서의 수비지원이 좋은 이란을 상대해 본 것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을 것입니다.

 

우리의 천적이었던 이란은 수비가 한 번 무너지면 크게 무너질 수 있지만, 그러기 전에는 탄탄하게 공간을 유지하면서 조밀한 수비를 해 나가는 팀입니다. 다소 성급한 공격을 펼치고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수록, 그 공격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란 같은 팀에게는 고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험은 자산입니다. 그리고, 어제의 평가전은 그만한 가치를 할 것입니다.

 

 

세번째 가치 :  팬들의 관심, 좋은 충고가 되어.

 

인터넷, 즉 사이버 네트워크는 시민문화를 발전시킵니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면서 그 의견들 중 좋은 의견들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됩니다. 여론은 기자들의 기사로 언론화될 수 있으며, 그것은 부분 뿐만 아니라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우리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리했을 때보다 격려와 비판이 담긴 국민들의 메시지는 대표팀에게 자극일 뿐만 아니라 래서피를 찾기 위한 좋은 충고가 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블로거들을 비롯하여 많은 네티즌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어제 경기를 리뷰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를 그저 개별적이고 고유한 것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스포츠라는 파트에서 한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많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다는 것일 것입니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스포츠에 여론이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승리했을 때의 관심보다는 패했을 때의 관심이 조금은 더 뜨겁습니다. 관심이 승리했을 때는 기분 좋은 메시지가 많지만, 패했을 때는 그 관심에서 어떠한 알파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란에게 졌대라고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어떤 한 사람이 오늘 아침통화에서 얘기합니다. “왜 졌을까?” 라고 묻습니다. 이겼을 때는 ?” 라는 물음을 던져보지 않게 됩니다. 감독이나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졌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고 우리 대표팀을 격려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 더 나아지기 위한 과정이다.

어제의 패배에 대한 비난도 하나의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비난이 단지 막무가내의 비난이 아닌 앞으로의 더 나은 조광래호를 위한 질책이자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실망감만 내비치기보다는 어떤 점에서 좋았고, 어떤 점에서 좋지 않았다는 의견을 교환하면서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론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김영권, 이정수, 홍정호의 3백 라인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은 칭찬해 줄 일이지만, 박주영 등 주요 공격수들이 부진한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이란처럼 조밀한 수비를 펼칠 때 돌파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는 것이 한국대표팀이 찾아야 할 열쇠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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