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토요일밤을 뜨겁게 했던 2편의 대역전극
(출처 : K리그 홈페이지)
어제 K리그 4경기에서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한 경기도 하위권팀이 상위권팀을 이기지 못하면서 순위 격차만 더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승자는 서울(3위), 전북(6위), 성남(2위), 제주(1위) 로 선두 경쟁만 더 치열해지고 말았습니다. 하위권팀의 선전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보기 드문 명승부가 2경기 펼쳐졌습니다. 토요일 밤을 뜨겁게 달구었던 명승부들이었습니다.
인천(7위)은 제주(1위)를 상대로, 그리고 단 2승밖에 없었던 강원(14위)은 전북을 상대로 먼저 2골을 넣으며 또 한 번의 빅 이변을 일으키나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느낀 것은 “상위권팀에게는 이유가 있다” 는 것이었습니다. 역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란 항상 쉽지 않은 것인데,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경기를 뒤집어버립니다.
전북(6위)은 지난 대회 챔피언의 모습이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제주(1위)는 왜 우리가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는지를 재현했습니다. (http://v.daum.net/link/8319420 : 제주 1위 비결 포스팅 참고)
인천 2 : 3 제주 – 뒤집고, 또 뒤집고
역전과 역전을 거듭했던 경기였습니다.
선제골은 제주의 김은중이 산토스의 도움을 받아서 멋지게 성공시켰고, 선취골을 제주가 넣었기에 이 경기는 의외로 쉽게 흘러갈 수도 있었습니다. 리그에사 9실점밖에 하지 않은 제주는 다른 팀에 견고한 수비라인 (미들라인과 수비라인의 연계 플레이 강화) 을 갖추고 있었고, 지키는 축구를 펼칠 경우 승리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박경훈 감독의 선택은 인천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역습을 가하는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전개합니다.
축구에서 ‘완전히 지키기’ 란 공격라인을 끌어올리지 않으면서 소극적으로 자기 진영에서 공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선제골을 넣은 원정팀이 펼치기 힘든 플레이를 제주는 지속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은 제주의 패배로 이어질 뻔 했습니다.
전반 39분 윤원일의 패스를 골기터 유병수가 성공시키면서 동점을 만들고, 후반 시작하자마자 베크리치의 역전골이 터지면서 승부는 인천 사이드로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인천은 페트코비치 감독은 떠났지만 2-1 로 앞선 이후에는 소극적인 수비축구를 펼쳤습니다. 강수일을 투입하여 역습루트 정도를 하나 더 마련해 두었을 뿐이었습니다.
제주는 이에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자세로 매우 적극적인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김은중과 산토스를 중심으로 압도적으로 지키는 인천을 몰아붙인 제주.
1위팀의 진정한 모습은 경기 종료 10분을 앞두고 드러났습니다. 산토스는 김은중의 패스를 받아 후반 38분 골을 성공시킵니다. 그리고 2:2 동점을 만드는 데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천의 승리에 베팅했던 제 3만원이 허공을 날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승리를 갈망하는 인천은 다소 공격적이 되었지만, 오히려 인저리타임에 김은중이 이현호의 패스를 받아 한 방을 터뜨리고 맙니다. 다시 제주의 승리로 끝난 것입니다.
제주는 강했습니다. 인천은 제주보다 체력적 우위에 있었음에도 제주의 수비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홈에서 소극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2:1 역전에 성공하자)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페트코비치 감독이 떠난 이후 인천의 수비는 견고하지 못한 모습을 보입니다.
인천의 승리를 기대했지만, 제주는 생각보다 더욱 강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경기는 제주가 왜 1위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경기였습니다.
강원 2 : 3 전북 – 실패했지만 무서웠던 14위팀의 반란, 그리고 디펜딩챔피언의 위엄
하위권팀이 상위권팀을 상대로 선전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입니다. 축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올시즌 단 2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포스코컵과 FA컵에서조차 탈락한 강원은 리그에밖에 집중할 수 없는 입장, 약팀으로서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자신감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시즌 원정에서 5-2 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전북’을 상대로 홈에서 경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5-2 로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은, 그 팀이 바로 디펜딩챔피언이라고 해도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으로 자신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은 초반 전북에게 골을 내 주지 않았습니다. 전북 권순조의 부재는 허리에서 연계플레이를 약화시켰으며, 강원의 괴물 김영후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맙니다. 그뿐만 아니라 후반 4분 이창훈이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한 번 ‘대이변’을 연출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은 달랐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벤치에 있던 로브렉을 후반 8분 출전시켰고, 그것은 경기를 반전시켰습니다. 뛰어난 용병술이었습니다. 이동국의 부진으로 살아나지 못했던 공격라인은 에닝요와 로브렉은 호흡을 맞춰가며 상대 골문을 압박했습니다.
경기종료 15분을 앞두고 전북은 무려 3골을 넣습니다. 에닝요는 로브렉에게 패스를 해 주면서 추격골을 어시스트했으며, 또 이동국의 도움을 받아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루즈타임(인저리타임)에 로브렉이 끝내기 골을 넣으면서 3 : 2 로 승리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강팀은 이런 장면에서도 폭발해버립니다. 막판에 3골을 넣은 경기는 호주와 일본의 독일월드컵 예선전(호주가 막판에 3골을 몰아 넣으며 3:1 로 승리)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어제 전북의 플레이 또한 멋진 역전극이었습니다.
강원은 내년 시즌에 대비하여 베스트11 보다는 경기마다 다른 선수를 쓰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외국인용병 헤나토와 바제는 선발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직력이 정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는지 올 국내파 선수로 기용했습니다. 오히려 서동현과 김영후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면서 위협적인 공격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다른 옵션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북은 이 날 승리로 2년 연속 우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경남과의 포스코컵 4강전을 대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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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레이시아와 한국의 친선경기도 있지만, K리그도 3경기가 열립니다.
꼴찌 대구(15위)가 경남(4위)을 상대로 이변을 노리며, 전남과 부산은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항과 수원팀은 자존심 회복을 위한 한 판 승부를 기대해 봅니다.
일요일 저녁의 명승부를 기대하며….
프로토 59회차는 인천과 전남으로 승부를 봤는데 실패했네요. 전남의 보험은 강원이 이변을 내는 것이었고, 인천의 보험은 대구가 이변을 내는 것인데 (무보다는 차라리 다른 경기를 고르는 게 기대수익률상 높습니다. 담에 말씀드립니다), 그것 때문에 또 기대가 됩니다.
강원은 정말 아쉽네요. 강원이 전북에게 2-0 앞설 때만 해도 뭔가 다르다 싶었는데... 후반 30분 이후에 2경기 모두 역전드라마가 펼쳐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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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