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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열린 챔피언스리그 8 2차전 경기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지롱댕 보르도는 홈에서 각각 원정팀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골득실-원정 다득점에 의해 리옹과 뮌헨이 4강전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4강 진출팀이 가려졌습니다.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세리에A의 인터밀란,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뮌헨, 프랑스 르샹피오네의 리옹이 바로 그 주인공들입니다.

 

어느 특정리그에 편중되지 않은 것이 이색적이며, 더욱 흥미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EPL 클럽 넉다운, 스포츠에서의 불확실성의 제도화

 

과거 몇 년간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온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팀이 전멸한 것은 축구팬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일입니다.

 

지난시즌(0809시즌)만 해도 우승팀 바르셀로나를 제외하고 첼시, 맨유, 아스날이 4강에 올랐었고, 0708시즌에도 바르샤를 제외하고 맨유, 첼시, 리버풀이 4강에 오르면서 맨유와 첼시가 결승에 올랐었습니다. 0607시즌에도 AC밀란을 제외하고 맨유, 첼시, 리버풀이 4강에 올랐었습니다. 3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는 4팀 중 3팀이 EPL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가 “EPL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이번 시즌 EPL 4는 모두 탈락했습니다.

 

리버풀이 16강 토너먼트에서 피오렌티나와 리옹에 밀려서 떨어지면서 불안한 조짐을 시작했습니다. 16강에서는 첼시가 세리에A의 인터밀란에게 홈/원정 모두 패배로 탈락하였습니다. 8강에서 아스날은 바르샤를 만나서 압도적으로 경기를 내 주고 말았고, 맨유는 하파엘의 부적절한 퇴장이 큰 경기중 변수로 작용하며 홈에서 승리하고도 원정 다득점에서 앞선 뮌헨에게 4강 진출 티켓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EPL 클럽이 모두 탈락한 것은, EPL팬이나 잉글랜드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충격이지만, 3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한 일인 듯 합니다. EPL이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아프리카 등지(슈퍼스포츠라는 스포츠TV가 있습니다)에서도 EPL 위주의 경기중계가 편성되는 등 EPL을 중심으로 세계축구클럽의 양태가 형성되어오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맨유와 뮌헨의 경기를 예측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아스날이 떨어졌으니, 맨유는 무조건 올라간다고 생각한 것도 EPL 은 적어도 한 팀은 진출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현대정치의 유명한 말 중에 게임에서 항상 승자가 정해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불확실성의 제도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담셰보르스키는 이를 민주주의라 표현합니다. 승자가 정해져 있으면 투표가 의미가 없고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반복게임으로서의 성격 (특정 정당의 후보자가 끊임없이 승리할 것이므로)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스포츠에 이 용어를 몇차례 접목시킨 적이 있고, 상대적으로 약팀이 강팀을 잡았을 때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참맛이 아닌가 하고 종종 생각하기도 합니다. 스포츠에서 강자가 약자를 항상 이긴다면 그것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EPL이 항상 챔피언스리그 4강에 3팀이나 진출했고, 올시즌에도 EPL이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진 것, 그것이 스포츠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EPL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EPL팀의 경기를 앞으로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볼 수 없으니까요. 작년에 세리에A 팀들이 16강에서 전멸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세계축구클럽의 수렴 현상

 

EPL의 탈락은 전세계적인 축구문화에도 미세한 혹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현 세계축구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3대리그가 지배하고 있던 유럽축구의 트렌드는 분데스리가와 르상피오네의 선전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으며,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세리에A를 제치고 챔피언스리그 티켓 4장을 따낼지도 모를 정도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비록 CSKA(러시아) 클럽은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8강 진출국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대회 규칙에도 반영되었는데, 이번시즌에는 리그우승클럽군과 비우승클럽군으로 나눠서 챔피언스리그 최종 본선진출자를 가렸습니다. 마카키하이파, 아포엘니코시아 등의 변방국의 축구클럽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등장한 것이 하나의 예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유로파리그에서도 나타납니다. 유로파리그에서 변방국가들의 클럽들이 대단히 선전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우승은 제니트(러시아), 샤크타르(우크라이나)가 차지했습니다.

 

많은 국가의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좋은 성적을 이루고 있음은 축구클럽간의 수렴현상(convergence)이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축구계의 트렌드와 자본의 세계화

 

이러한 수렴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자본개방을 통해 자유무역 및 자본간거래가 활발해졌고, 자본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트렌드에 기인한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큰 손들은 EPL, 라리가, 세리에 의 특정클럽에 집중했던 자본을 여러 클럽으로 분산시키고 있으며, 그것은 국가적인 확산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영국의 자본가는 변방국가의 축구클럽의 구단주가 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많은 부호들이 과거의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여 하나의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시즌만 놓고 봐도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스탕다르리에쥬(벨기에-챔스3), 루빈카잔(러시아) 등은 많은 자본투자에 발 맞추어 클럽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빅리그(EPL,세리에,라리가 등)는 그동안의 축구문화사에서 소외된 국가들의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입니다. 하지만, 주변국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빅리그에서까지 강팀의 주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축구의 세계화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의 활약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빅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며, 그러한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 현지로 파견가는 구단의 스카우터들의 행보 또한 이러한 경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포츠배팅의 존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배팅시장을 다소한 사행성 산업으로 인식하며 그 영향력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이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스포츠배팅은 하나의 자본 형성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배팅업체들은 과거 몇 개 리그에 한정된 대상경기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수많은 클럽에 대한 배팅시장을 형성해 내고 있습니다. 그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며, 하나의 리그가 추가될 때마다 몰리는 자본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3대리그에 대한 배팅만이 제공되고, 순차마감도 실시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배팅문화가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우리의 편견으로는 해외에서도 EPL 등 주요리그에 배팅액이 대부분이 몰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소리그, 우리가 잘 모르는 리그에까지 현금이 쏟아져들어가고 있고, 아시아시장 (특히 중국)은 자본의 세계화를 꿈꾸는 세력들에 의한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었지만, EPL 클럽이 모두 탈락한 것이 의미있는 이유는 스포츠에 반영되어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는 자본의 세계화가 촉진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PL팀 없이도 흥미로운 챔스 4강 매치업

 

EPL 클럽들이 탈락하게 된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지난 몇 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고, 신선하기까지 합니다.

 

4강 대진표는 이미 결정되어졌습니다. 인터밀란은 바르셀로나와 격돌하며, 리옹은 뮌헨과 격돌합니다. 많은 축구팬들은 바르셀로나의 2연패를 예측하지만, 전술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단기전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전력상 바르샤가 최강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바르샤가 우승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포츠에는 늘 불확실성의 제도화가 하나의 기제처럼 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르샤는 인터밀란에게 조별예선에서 11무를 거둔 적이 있지만, 당시엔 조별 예선이었고 역시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테르는 최강의 수비라인을 갖추었고, 아스날의 수비력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아스날의 역습에 종종 고전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던 바르샤의 허점을 공략하기 위해 무리뉴 감독은 많은 생각을 할 것이고, 펩감독의 공격축구가 인테르의 수비축구에 맞서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리그에서 두 팀 모두 우승경쟁을 하고있는만큼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잘 하는지도 하나의 변수가 될 것입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테르의 수비가 성공한다면 대단히 지루한 경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매치로 보여지는 경기는 챔스 토너먼트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뮌헨(16강부터 8강까지 8득점 8실점), 리옹(16강부터 8강까지 5득점 3실점)입니다. 뮌헨의 공격력과 리옹의 수비력 중 어느 쪽이 비교우위를 지닐지가 정말 흥미롭습니다. 리옹의 수비력은 레알의 무시무시한 공격도 막아냈으며, 그 어느팀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비가 좋은 팀이 승리한다는 견해하에서 리옹의 우세를 보고 싶지만, 뮌헨의 리베리와 로벤은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골을 만들어내는 진기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로벤은 팀을 8강에 진출시키는 중거리슛을 성공시킨 데 이어, 오늘도 팀을 4강에 진출시키는 그림 같은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레알마드리드는 16강에서 탈락했고, 로벤을 버린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는 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PL팀들이 탈락해서 앞으로의 챔스가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EPL 위주의 사고로 인해 생긴 편견일 수 있습니다. 두 경기 모두 빅매치임이 분명하지요.

 

그동안의 4강 구도가 특정부분만 고쳐 넣은 그림이었다면, 이번에는 신선하고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1주 휴식 후 (세리에A 같은 경우 코파이탈리아를 치르네요) 치르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이 너무도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 얘길 해 보고 싶었습니다. 너무 급하게 쓰는 바람에 쓰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자본의 세계화가 축구클럽간의 수렴현상을 만들어내고 있고, EPL팀의 전멸 또한 이러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배팅시장이야기는 꼭 하네요 ^^)

 

세리에A 파워랭킹은 금요일중으로 작성할 생각입니다. (어제 하려고 했는데 방식을 바꾸다보니 작성중입니다) MLB Daily Tips 는 MLB에 대한 매일매일의 예측정보를 올리는 공간이며, 커멘트보다는 픽에 주력하여 운영될 생각입니다.

 

프로토 29회차 및 세리에A 33라운드, 프리메라리가 31라운드와 관련하여 좋은 의견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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