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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시각에서 '선진국의 국제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명저이다. 우리가 FTA 협상에서 윈셋의 크기를 크게 하지 못하고 미국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국제관계에서의 압력임을 생각한다면, 세계적인 남북 문제가 절실히 이슈로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FTA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으로 여겨진다. 
         
선진국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외치며 후진국에게 '개방'을 외친다. 개방을 하면 현대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그것이 아니면 국제관계에서 고립됨을 역설한다. 그러면 그 고립의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 많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은 개방이라는 대외무역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기보다는 보호무역과 철저한 관세를 통한 자국 중심의 무역을 펼쳤고, 그것이 그들의 경제성장, 국력성장을 이끌어왔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역사적으로 증명해주며, 이를 비판한다. 

곧 수렴가설(또는 조건부-)이 성립한다는 경제성장에 관한 경제이론은 실제론 맞지 않고,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적인 격차는 더 벌어지고, 결국 현재같은 세계적인 경제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사다리'란 선진국이 자신들의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수단과 정책을 뜻하는 것으로, 후진국이 이를 뒤따르려고 하면 그 사다리를 걷어차버림으로써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 후진국들에게는 더욱 빈곤의 길을 걷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또한 선진국의 시장 개방 압력이라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선진국 모델의 모방이 불가능했다. 우리가 철저한 보호무역을 펴려고 할 때는 국제고립이라는 무기로 우리의 경제가 커져 가는 것을, 우리의 국익이 늘어나는 것을 그들은 경계했다.

개도국이나 후진국에 그들이 고수했던 경제정책은 후진국에게는 '맞지 않음'이라는 두 어절만을 귀결시킬 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라는 두 개의 트렌드 안에 자기들이 원하는 세계 경제를 만들려는 선진국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현재의 경제 양극화를 부추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경제 양극화가 기술발전이 저조하고, 후진국의 국민들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데, 자국 중심의 보호 무역이 제한된 상태에서 이미 쌓여져버린 '경제의 장벽'을 개별 국가가 뛰어넘는 것은 힘이 든다고 생각한다.

경제학과 국제정치학을 동시에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제경제와 국제정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겨냥하면서 재벌경제(국내경제의 양극화 현상의 주범)에 대한 비판을 차치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남북문제에 선진국의 정치적 의도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본 국내의 학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거와 사례로서 주장을 이끌어내는 그 논리력, 이는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으며, 자기 주장을 하려면 이렇게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바, 논술을 준비하는 수많은 수험생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