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를 예측하는 축구블로거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Everton vs Man.U 의 3:3 경기 중, 90분 만에 두 골 넣은 에버턴)
안녕하세요. 오늘은 분석하시는 분들, 모두 함께 파이팅하고자 하는 글을 한 번 써 보았습니다.
승부예측을 하는 블로거로서 메일이나 댓글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분석을 해 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이 답변하기 막막하고도 광범위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릅니다. 한 100번 정도 이런 내용의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같은 내용을 반복합니다. 그래도 복사해서 쓰지 않고 일일히 새로 씁니다^^ (그 분들께 뭐라고 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책을 쓰기 전에는 고려할 기본적인 요소들만 설명하거나 블로그를 참고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책을 쓴 후에는 책을 참고하라는 죄송한 말씀만 전하고 있답니다 ^^;
변명 같지만, 사실 저 질문에는 누구도 어떻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분석하는 분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실까요. (많은 분들이 받아보셨을 겁니다)
거두절미하고, 스포츠의 승부예측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입니다.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려 놓은 컴퓨터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그런 게 바로 스포츠의 승부예측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지요. 복잡하고 어려운만큼 재밌는 것입니다.
100m 달리기 결승전을 할 때면 배당률이 나옵니다. 그러면 우사인 볼트나 파월 등, 기타 강한 선수들에게 배당률이 나옵니다. 우사인볼트의 배당률은 압도적으로 1.15 수준입니다. 1.15 란 15% 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의 상한가) 금액입니다. 그리고 엄친아 볼트의 능력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없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볼트에 몰빵을 했다가 볼트가 넘어지기라도 해서 1위를 하지 못하면 그 돈을 잃는 겁니다. 그냥 넘어졌을 뿐인데, 결과론에서는 ‘우사인볼트, 돈 먹고 넘어진 거 아니냐?’ 라는 뒷소리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실제 우사인볼트가 왜 넘어졌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넘어지는 순간, 우사인볼트의 우승을 예측했던 예측가들은 모두 틀린 예측을 하게 됩니다.
축구는 정말 대단한 스포츠입니다. 11명이 하는 동시게임, 그러니까 22명이 한 시점에서 같이 뛰는 동시 게임인 것입니다. 어떻게 누가 움직이느냐에 따라 전술이 변하기도 하고, 단 하나의 실수가 결승골이 되어 게임이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순차게임인 야구와 달리 축구는 동시게임이므로 데이터라는 것이 무시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통계를 그냥 무시해버려도 되니 야구보다 단순하지만, 변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 변수들을 모두 고려하면서 최적화된 결과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가 에르쿨레스에게 졌던 것이나 첼시나 뉴캐슬에게 홈에서 패한 것 등은 결과만 놓고 볼 때 이변일 수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복기를 해 본다면 ‘그럴 수 있는 요소’ 들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 결과론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어떤 요소가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복기해 보는 과정은 분명히 중요합니다.
축구에는 어떤 변수가 있을까요? 한 번 생각나는대로 써 보았습니다.
순위, 홈승률, 원정승률, 최근 경기력, 골결정력, 홈어드밴티지, 결장선수, 경고받을 때 다음 경기 출전불가선수, 감독, 전술, 상대경기력, 상성, 역사적 관계, 경기장의 토질, 관중들의 성향, 경기장의 규모, 심판, 심판의 국적, 원톱이냐 투톱이냐, 포백이냐 쓰리백이냐, 피지컬은 누가 우세? 뛰어난 테크니션은 몇 명? 테크니션의 기준은? 협력수비시 한 명의 위치는? 페너트레이션시 수비구도는? 윙어끼리 대결하면 누가 승리? 협조 가능한 수비수들, 핵심선수들의 가정사, 선수의 국적, 선수의 체력, 감독의 출전선수선발 성향, 시장의 흐름, 승부조작, 마피아, 배당률, 배당률의 변동, 지형, 기후, 날씨, 팀동기부여, 선수동기부여, 선수의루머, 충성도, 임대선수들의 영향, 교체선수자원, 패턴, 장난칠 가능성, 스케줄, 대회중요성, 베팅경험상 결과, 결과론, 복기, 지난경기 맞대결, 선수들의 건강상태, 선수들의 흥분도, 선수의 애인관계, 스캔들, 슬럼프 빠진 선수들, 구단주간의 관계, 큰손의 베팅, 이동교통편, 낮경기냐 밤경기냐, TV중계여부 등등등….
우리는 예측할 때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없습니다. 한 경기를 분석한다고 해도 저걸 제대로 분석하기조차 힘들지만, 그저 “?” 라는 답을 내려야 하는 변수들도 상당합니다. 제대로 분석한다고 해도 어떤 요소는 홈팀에 +, 어떤 요소는 원정팀에 + 라서 어디에 어떻게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이번주중엔 챔피언스리그가 열립니다. 이것저것 뒤척여 보았지만, 클럽대항전 (한 개의 리그가 아닌 여러 리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에는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리그보다 훨씬 많은 변수들의 출현입니다.
자, 한 가지 예를 들어 살펴 봅니다.
루빈카잔 원정을 떠나는 바르셀로나의 경우, 경기력이나 선수몸값 등은 우위에 있지만 루빈카잔의 홈 구장에서 경기를 치른만큼 구장적응도가 있는 반면, 작년 루빈카잔에게 1무1패로 상대전적에서 밀렸던 바르셀로나에게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메시의 결장 등등은 바르셀로나에게 불리한 요소입니다.
이런 많은 요소들을 수없이 제거하고 위험요소들을 검토한 가운데서도 좋은 경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확신을 갖고, 그렇게 추천을 합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감” 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변수들의 중요도에 확신을 갖는 겁니다. 이 요소 저 요소 모두 고려하고, 선택과 반대에 유리한 요소까지 불안요소로 잡아 놓으면 어느 하나 픽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불안요소까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불안요소는 이런 게 있다 정도로 언급할 순 있겠지만, 픽을 피하는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라운드가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고 어떻게 생각하면 한없이 쉬운 것입니다.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은 경험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것은 경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일관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작은 노력 같지만, 지난 3년간의 배당률 자료를 정리했고 그 경기들의 Match Stats 을 이번 오프 시즌 동안에 확인하면서 특이한 경기들을 모아 놓았습니다. 그것들이 도움이 실제로 된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지난회차 올킬에 대한 많은 분들의 축하메일과 격려에 대해서 너무도 감사드린답니다. 그런 반면에 또 부담감도 쌓이기 마련입니다. 다음에도 마치 또 올킬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부담감을 이제는 즐기려고 합니다.
모든 경기를 맞추기 위해서 누구나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결과란 것은 항상 돌아보면 아쉬움만 남는 것이기에, 그리고 무승부라는 선택적인 요소가 있는 ‘축구’ 란 그 결과에 대한 변명도 하기 쉽습니다. – 내용은 압도했다 등등 – 그런 변명은 사람들의 이해를 바랄 수 있겠지만, 그것이 결과를 뒤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스포츠베팅이란 ‘Money’ 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잃은 돈이 되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90분에 골이 들어가거나, 경기를 압도당하고 찍은 팀이 역습 한 방으로 이겼을 때, 그 쾌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엄밀히 말하면 분석은 틀린 것이지만, 결과가 좋기에 좋은 소리도 듣고 기분도 좋고, 돈도 따고, 돈도 따게 해 드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요즘은 어떤 경기에 내가 돈을 건 기쁨보다, 다른 분들이 적중했다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추천한 경기가 틀리면 내가 돈을 잃은 것보다 다른 분들이 저를 신뢰하여 잃었을 그 아픔이 더 슬픕니다. 아마도 분석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고 오픈하는 분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극장이 터지기도 하고, 90분 쓰나미가 나기도 하는 것. 어찌 보면 상당히 동시적인 일입니다. AS로마와 인테르 경기의 결승골은 92분에 부치니치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무승부에 간 사람들에게는 쓰나미, 그리고 로마의 승리에 간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극장일 것입니다.
사실 저는 과정을 더 중요시합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누가 제 글을 도용해서 쓰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합니다. 가끔 노력해서 죽어라고 정리한 자료들이 출처만 딱 빼고 마치 자신의 자료인 것처럼 사용되는 게 너무 싫습니다. 작은 글이지만, 저에게는 정말 많은 시간이 담긴 글과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분석하는 사람들의 자료를 찾고 그것에 대비해보고 경기력을 살펴보고 실제로 경기 또는 하이라이트를 보고 하는 과정들은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결과로 평가받아야 하는 (슛팅수 30:1 이어도 30개 넣은 팀이 0골, 1인 팀이 1골이면 슛팅 한 개를 날린 팀이 이겼다고 하는) 승부예측의 세계는 냉정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결과 속에서 찾지 못했던 변수들을 찾아 복기할 때, 다음의 예측에 있어서는 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얼마전 제 책과 관련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스포츠베팅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을 깊게 담아 보았답니다. (제 사변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보실 분만 보시도록 접어 놓았습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영화는 여름을 마무리하기에 참 즐거운 영화입니다. 이민정과 박신혜를 좋아해서 본 영화이지만 많이 웃고, 또 울고 그랬습니다. 저는 시라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게 느껴졌는지... 시간될 때 새로운 관점에서 리뷰를 한 번 해 보고자 합니다.
그 영화를 보며 마음속으로 배당률을 책정했습니다. 최다니엘과 된다 1.45 / 둘 다 안 된다 3.40 / 엄태웅과 된다 4.80 라는 환급률 84% 의 전형적인 게임에서 마치 스포츠베팅을 하는 것처럼 역배당이 터지길 바라면서 영화를 봤지요. 일상 생활속에서도 확률로 판단가능한 것들은 배당률을 설정해놓고 결과를 지켜 보면 그것도 '베팅' 의 일부가 아닐까 합니다.
내일 새벽엔 챔피언스리그 8경기가 열립니다. 비록 프로토 대상경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예측을 하고 즐겨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들이 내일 경기를 예측하는 데 단 0.00001% 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꼭 예측해 보시기 바랍니다.
프로토 78회차 프리뷰는 유로파보다는 챔피언스리그를 중점적으로 다뤄 볼 생각입니다. 내일 새벽 경기들이 끝나고 결과를 낼 생각입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아래 손가락 클릭은 큰 힘이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