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프로토 18회차 : 아트사커 프랑스 vs 무적함대 스페인
축구에서의 동기부여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입니다. 어느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지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그것은 ‘강팀’ 끼리의 경기에서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강팀은 선수 한 명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력 (특별한 무언가가 만들어내는 힘) 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거스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붉은악마호가 2002 한일월드컵에서 홈어드밴티지를 등에 안고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호들을 격추시켰던 것은 눈에 띄는 스타플레이어의 활약 때문이 아니라 전술을 바탕으로 한 강한 조직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게임에 지지 않겠다는 무언의 정신력은 이 경기에서 작용하는 어떤 것이었을 것입니다.
국가대항전(A매치), 그 중에서도 친선경기는 성급하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월드컵이라는 동반의 목표를 가지고 치르는 ‘동기부여’가 있는 경기와는 달리, 축구협회에서도 하나의 평가전으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 개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동양의 고전 속 명언은 ‘다른 동기부여’를 가진 선수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말입니다.
그 선수가 극도의 쇼비니스트(국수주의 혹은 광적인 애국주의를 일컫는 말)가 아니라면, 평가전에 온 힘을 다 쏟는 것보다는 소속클럽팀에서 성과를 거두어 자신의 몸값을 높이고자 할 것입니다.
물론, 축구선수들은 매경기 매경기 최선을 다하지만, “동기부여” 라는 요소를 배제할 수 없다고 할 때, A매치에 대한 예측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친선경기의 승자를 예측할 때 이러한 팀은 피하면 좋습니다.
1. 소속팀이 리그나 컵대회에서 중요한 동기부여를 지니고 있는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나라
2. 소속팀들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힘을 비축해야 할 선수들이 많은 나라.
추가적으로, 이번 A매치 데이처럼 주말의 리그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One Day A매치의 경우 소집명단에 자국리그 선수의 비중이 높은 ‘탄탄한 리그를 구축한’ 홈팀이 좋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습니다. 리그에 치중해야 하는 많은 선수들은 자국축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탑승하기는 하더라도, ‘여피’로 인한 컨디션이 방해받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박사들은 우리가 이름값이 화려한 스쿼드를 강팀들을 픽하도록 유혹하고 있지만, 월드컵이 아니라 단순한 평가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최정예멤버를 소집한 무적함대 스페인
최정예 멤버가 출전했지만, ‘미국’의 어떠한 힘 때문에 스페인은 패한 것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예측불가능성은 축구가 지닌 대표적인 매력인 것입니다.
42년동안 프랑스 홈에서 승리가 없는 스페인 대표팀은 이번을 복수의 기회로 삼고 있으며, 스페인 현지에서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자국민의 응원을 반영한 듯, 델 보스케 감독은 최강의 선수들을 소집했습니다.
이번 프랑스전의 스페인의 소집명단입니다.
GK : 카시야스 (레알 마드리드), 레이나 (리버풀), 디에고 로페즈 (비야레알)
DF : 세르히오 라모스 (레알 마드리드), 피케 (바르셀로나), 푸욜 (바르셀로나), 마르체나 (발렌시아),알비올 (레알 마드리드), 카페데빌라 (비야레알), 아르벨로아 (레알 마드리드)
MF : 세냐 (비야레알), 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 부스케츠 (바르셀로나), 사비 (바르셀로나), 세스크 (아스날), 이니에스타 (바르셀로나)
FW : 마타 (발렌시아), 실바 (발렌시아), 나바스 (세비야), 비야 (발렌시아), 토레스 (리버풀), 구이자 (페네르바체), 네그레도 (세비야)
말 그대로 최강의 멤버들이 소집되었습니다.
레알마드리드에서 6명, 바르셀로나에서 5명, 세비야에서 2명이 소집되었고, 이 13명은 베스트11 을 구성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라리가의 일정을 한 번 살펴 봅니다.
세비야, 레알마드리드는 맞대결을 펼치며, 바르셀로나 역시 알메리아 원정을 떠납니다.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레알과 바르샤의 선수들은 리그에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프랑스와 스페인의 시차 차이도 없고 먼 거리는 아니지만, 자국에서 타국으로 이동한 후 다시 리그도 돌아온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토요일에 경기가 열린다는 점입니다. 이 경기가 수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3일의 휴식을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세비야는 코파델레이를, 레알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를 앞둔 상황입니다. 레알의 스케줄을 보시지요.
레알은 세비야, 리옹과의 연속 경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레알의 선수들은 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심리적인 압박’을 보다 덜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바르샤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투톱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다비드비야와 페르난도토레스의 소속팀 경기는 각각 일요일과 화요일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미들의 사비, 이니에스타, 알론소, 수비라인의 피케, 푸욜, 라모스, 아르벨로아, 알비올 등이 친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원정을 떠나는 스페인의 핸디캡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투톱(비야+토레스)에 대한 믿음은 물론 중요하지만, 수비와 미들이 안정되었을 때, 공격도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42년간 스페인을 상대로 홈에서 패하지 않고 있는 아트사커 프랑스
프랑스는 스페인을 상대로 42년간 홈에서 패하지 않고 있습니다. 축구에서 ‘상성’ 이란 보이지 않는 정신력으로 작용하며, 이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프랑스는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만큼 르상피오나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비록 리옹이 다음 주중 챔스를 앞두고 있지만, 리옹의 소집된 선수는 3명 뿐입니다.
GK : 체드릭 카라소 (보르도), 휴고 요리스 (리옹), 스티브 만단다 (마르세유)
DF : 알리 시소코 (리옹), 에브라 (맨유), 줄리앙 에스퀴데 (세비야), 로드 판니 (렌), 바카리 사냐 (아스날), 붐송 (리옹), 마이클 시아니 (보르도), 아딜 라미 (릴)
MF : 디아라 (레알 마드리드), 쿠르귀프 (보르도), 무사 시스코 (톨루즈), 제레미 툴라랑 (리옹), 베누아 세이루 (마르세유)
FW: 니콜라스 아넬카 (첼시), 시드니 고부 (리옹), 티에리 앙리 (바르셀로나), 말루다 (첼시), 레미 (니스), 벤 아르파 (마르세유), 리베리 (뮌헨), 루이 사하 (에버튼)
프랑스 대표팀 명단입니다. 최근 잘 나가고 있는 보르도의 쿠르귀프와 시아니를 비롯해서 자국리그 선수들이 많이 소집되었습니다. 앙리, 디아라 등은 스페인의 변수 중 언급한 것과 같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확실히 더 부담이 적은 게 사실입니다.
특히 툴라랑(리옹), 모우사시소코(툴루즈), 세이루(마르세유) 등 압박이 좋은 선수들이 미들에 포진되어 있는데, 활동량이 많아야 할 선수들이 자국리그 출신이라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입니다.
프랑스에 골결정력이 있는 선수들이 부재한 것도 아니고 쿠르퀴프나 아르파, 리베리 등 개인기가 환상적인 선수들, 그리고 요즘 뜨고 있는 유망주 니스의 레미까지 찬스를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선수가 다수 포진되어 있네요.
자국에서 다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은 심리적으로 이 경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집니다. 거기에 42년동안 홈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지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Key Battle : 프랑스의 미들 활동량 vs 스페인의 막강 공격라인
스쿼드의 이름값, 그리고 책정된 몸값을 보았을 때는 스페인에 다소 무게 추를 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쿼드의 가치는 이름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름값이 없는 선수들이 다소 프랑스에는 많아 보입니다.
공격라인의 무게감은 단연 스페인에 두어야겠지만, 미들에서의 압박만 놓고 볼 때는 툴라랑(레알과의 홈 경기를 보셨나요?), 시소코, 세이루 등은 스페인에게도 부담입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의 경기조율능력과 패싱능력은 스페인의 매서운 강점이지만, 홈어드밴티지를 갖고 뛰는 프랑스의 강한 압박은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 경기의 승패는 프랑스의 강력한 미들 압박을 스페인이 뚫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야와 토레스로 구성된 스타플레이어들은 골결정력이 매우 우수하며 개인기까지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기에 미들에서 최종라인으로 어떻게 침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이들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호흡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경기에 대한 집중력에서 스페인보다는 프랑스가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알의 카카를 완전히 봉쇄했던 툴라랑의 홈 경기력을 생각해 보면, 단순하게 스페인 사이드로 경기력’ 으로도 볼 수 없는데, 이러한 집중력은 그 차이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트사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인기'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축구의 예측불가능한 창의적인 플레이는 미들 활동량에 덧붙여 프랑스가 지닌 강점일 것입니다.
양팀의 자세한 스쿼드에 대한 설명은 제가 긴 시간을 두고 계획중인 2010 남아공월드컵 특집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 외적인 측면도 함께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는 아일랜드를 상대로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앙리의 연장 결승골 (핸드볼 논란이 있었던) 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게 됩니다. 프랑스 축구는 많은 비난을 받았고,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실력이라는 폄하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떄문인지, 전 세계의 배팅은 스페인 사이드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배당이 하락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과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그러한 비난의 요소가 사그라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미네크 감독이 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남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가 토요일 경기를 치르고 현재 프랑스 원정에 와 있는 스페인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생각해 보면, 평소와 다른 하나의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체리쉬의 선택
저는 외로운 선택을 하고자 합니다.
골닷컴 등 각종 예측사이트는 스페인의 승리로 보고 있으며, 국내의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배당하락상황을 보면..)
이름값,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해서 생각한다면 편하게 ‘스페인’ 의 픽이 맞지만, 라리가 중심의 스페인 대표팀이 원정 경기를 치른다는 점은 소속팀의 리그와 챔스를 동시에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다소 부담입니다.
이 경기가 월드컵이나 어떠한 ‘뚜렷한 목표’가 아닌 단순한 평가전임을 감안할 때, 아일랜드 핸드볼 사건 이후 명예회복을 위한 최적의 상대를 만난 프랑스의 동기부여가 더 우위에 있다고 보며, 툴라랑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미들진의 압박에 어드밴티지를 두어 프랑스 사이드에서 보고자 합니다. 다만, 프랑스 또한 이 경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경우를 감안해 무승부의 가능성도 열어 둡니다.
France Win (2.65) or Draw (2.95)
+) 그밖에, 이번 A매치에 탄탄한 자국리그를 가지고 루카쿠(안더헤르트) 등 대표팀 대부분이 자국리그 선수로 구성된 세대교체 성공중인 벨기에를 신중히 살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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