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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수고로움의 대가는 다음 기회에?

1시간전에야 일어났습니다. 인터밀란과 키예보의 경기를 보다 선취골이 판데프에 의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잠들었습니다. 밤늦게 여자친구가 전화를 해서 중간에 깨긴 했지만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피곤했나 봅니다. 나름 최선을 다한 순간을 확인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배당이 나오기 전 첫 촉은 카타니아와 라치오였는데, 배당이 나온 후 과연 이러한 배당에 배팅할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시안컵이나 코파델레이는 아예 제껴버린 채 세리에A 10경기만요.

2회차 프로토 대상경기 마감일 (수요일) 저는 날을 샜습니다. 10경기를 모두 분석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오차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의 데이타를 모두 확인하는 과정을 펼쳤습니다. 어떤 녀석이 몇 경기에 출전했는지까지 일일히 모두 확인하였고, 저만의 결과를 내렸습니다. 아리까리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그 또한 시간이 갈수록 어떠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배팅을 했습니다. 어떠한 확신이 없다면 일부 경기의 분석글을 자신있는 어조로 쓰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어나서 결과를 확인해보니 참담합니다.

카타니아 승
라치오 승
AS바리 승
키예보 패
아탈란타 패
시에나 패 
파르마 패
칼리아리 무 
삼프도리아 무 
AC밀란 승

4승 2무 4패의 결과가 나왔는데, 말 그대로 전멸입니다. AS바리 패 / 아탈란타 승 / 파르마 승 / 시에나 승 을 주력 라인에 포함시켜서 배팅을 한 저는 당연히 전멸이지요.

이번 라운드는 정말 단순하게 현재 순위를 보고 배팅을 했으면 승리할 수 있는 회차였습니다. 그리고 대세만 제대로 따라 갔어도 승리하는 회차였지요. 16라운드와 달리 빅4는 모두 승리했습니다. 인터밀란, 유벤투스, AC밀란, 피오렌티나, AS바리의 승리를 예측한 분들은 모두 승리할 수 있는 회차였던 것입니다.

결장 선수를 일일히 확인하고 예상스쿼드 또한 스스로 작성해 보고, 분석글에 첨부하지 않았지만 시간대별 득점 현황을 통해서 버저비터의 확률들을 확인해 보기도 했지만, 이러한 과정이 전혀 무의미한 과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탈란타와 나폴리의 경우 출전스쿼드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분석하고도 승리하지 못했고, 인터밀란과 피오렌티나는 주전들의 대폭 결장에서 멋진 승리를 챙겼습니다. 히딩크를 영입해야 한다는 유벤투스의 분위기, 그게 아니었어도 주전 수비수와 골기퍼의 결장으로 문제가 생긴 유벤투스가 파르마 원정에서 무난히 승리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생각의 틀'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틀은 완전히 빗나갔고, 그 틀이 빗나간 이유조차 아직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인 듯 합니다. 아무리 전력상의 약팀이더라도 홈에서는 일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팀들이었고, 상대의 전력누수가 있는데, 그렇게 첫 경기부터 무너져버린다는 것이 도통 설명되지 않습니다.

배팅회사들이 큰 손실을 내게 된 것 또한 의아합니다. 그 초점이 AT마드리드의 코파델레이 경기에 집중되었을까요. 2개 회사를 제외하고 모두 AT마드리드의 승리의 배당하락이 이루어진 경기에서는 AT마드리드의 퇴장과 함께 레크레아티보가 앞서 가고 있습니다. 일단 세리에A는 그러한 화살을 피했고 돈이 몰렸던 바리, 카타니아, 유벤투스, 피오렌티나가 모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각 팀이 몇 번이나 배팅회사의 수익을 가져다 주었는지까지 분석을 한 저의 그 노력에 철퇴를 가하는 순간입니다.

너무 과한 분석을 한 걸까요? 덕분에 각 팀이 어떤 상황에서 승리를 하고 패배를 했는지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강팀에게 있어서 스쿼드 누수는 큰 문제가 아니며, 상대전적 또한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 (피오렌티나, 아탈란타, 카타니아 등) 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만 눈 앞에 보이는 실패만이 자꾸 머리속에서 부각될 뿐, 분석실패로 얻은 것들은 미세하게 머리속을 흐르고 있는 기분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정직한 수고로움은 언젠가는 결과로 보상해 줄 것이다" 라고요. 항상 그 말씀에 용기를 얻었고, 그리고 계속 같은 길을 걸어 왔습니다. 지난 번에 AS바리로 인해 2200만원 정도의 당첨금을 날려버린 후 연패에 빠졌을 때도 용기를 주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12월 마무리를 그 분 덕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정직한 수고로움은 꼭 경기예측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 일상 다반에 적용되는 듯 합니다. 특정대학에 가고 싶어서 수능을 치느라 날려 버린 대학생활이나 비록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의 시간이었지만 어떤 큰 합격을 바라고 공부했던 시절들이 떠오릅니다. 분명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 순간만은 최선을 다했기에 내가 모르는 사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결과론적이지만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갔다면 누군가에게 도서관에서 말을 걸 수 없었으며 지금 이 사람을 못 만났을 것이고, 어떤 큰 합격을 했다면 지금의 체리쉬닷컴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조우할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도 당시의 정직한 수고로움이 남겨 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아닐지...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가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인데,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아니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항상 지니고 살지만, 설령 그 가지 않은 길로 갔더라도 그 시점에서는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을 되돌아보고 있지 않을까요.

배팅은 본인의 몫이지만, 찾아오신 분들께 어찌 되었건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도 되는 것들을 복잡하게 여러가지 변수들을 판단해 본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네요. 예전에 우리나라 스포츠 기사에는 프리뷰가 너무 없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왜 쓰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심정을 알 것만 같습니다.

사실 한 번의 배팅실패는 경제적으로 큰 아쉬움을 남기지만, 같은 배팅방식으로 나중에 이기면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언어로 표현하기엔 답답한 회의감이랄까, 다음 라운드에 임하는 자신감과 열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니힐리즘(허무함)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당장 파워랭킹이니 경기력지수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도 그러한 의지가 확 사그라들어버렸다고 할까요.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지금은 그냥 푹 쉬고 싶은 마음입니다.

거의 10시간에 가깝게 자 본 것이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습니다. 다른 생각없이 자는동안 보일러를 켜고 자는 바람에 앞으로 나올 가스비가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 하고, 분석 실패로 충격은 받았지만 이상하게 맑은 머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야릇한 기분으로 19라운드를 조금이라도 살펴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번회차 제 분석을 바탕으로 배팅하신 분들은 실패하셨을텐데 힘내시고, 다음의 승리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으셨으면 합니다. 정직한 수고로움은 현재로선 실패의 결과만 보이지만, 전날 날을 샜던 노력들이 꼭 다음의 당첨이, 아니 그 당첨이 아니더라도 다른 일에서 분명 어떠한 열매로 찾아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바다 사진입니다. 이것 보고 힘내세요.



그럼 모두 다시 새로운 하루를 위하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