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팬들에게는 더욱 특별했던 6.2 지방선거 - 개표방송이 월드컵보다 더 재미있다면?
2010.6.2 선거가 주는 교훈 4가지
2002년 대선 이후 그 어느때보다도 접전을 방불케했던 서울시장의 당선자 결정을 끝으로, 사실상 6.2 지방선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6.2 지방선거가 남긴 4가지 교훈은 제가 생각할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승/패를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1) 젊은 층의 투표율 증가로 인해 야권이 선전할 수 있었고, 현재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여당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서 승리하면서 어느 정도 정권유지라는 명목을 내세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3) 여론조사는 조사일 뿐이고, 그것이 민심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가 확보될 때까지는 언론이 만드는 여론조사를 쉽게 믿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 많은 지역에서 투표가 접전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했던 유권자들이 자신의 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른 판단이지만, 그러한 학습효과가 다음 총선이나 대선 때는 투표율 상승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 봅니다.
스포츠팬들에게는 더욱 의미있었던 6.2 지방선거 - 새로운 선거문화의 발현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개표결과를 날새서 지켜보며 저도 녹초가 다 되어버렸는데, (월드컵 때문에, 그리스와 파라과이 경기를 보는데도 집중이 안 되더군요) 스포츠팬들은 선거결과도 스포츠경기처럼 생각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팬으로서 동질감을 느꼈고, 외국에서는 선거 또한 게임의 영역에 속하는 그런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용어 선거에 어떻게 쓰일까?
많은 스포츠팬들이 MLBPARK 같은 사이트에서는 서울시장 개표 결과가 진행되는 동안 그랜드슬램, 솔로홈런, 원투펀치, 버저비터, 1선발, 2사 만루 상황, 구원 투수 등판 등 스포츠 용어 등으로 그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서울시장개표현황 중의 대표적인 것들만 한 번 찾아 보았습니다. (닉네임은 가리겠습니다)
한명숙 후보가 앞서나갈 때, 관악구에서 표차를 많이 벌리는 상황을 묘사한 것입니다. 금천구에서도 많은 선전을 해 준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추격전을 펼치는 오세훈 후보, 서초, 강남, 송파를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의 1,2,3 선발로 묘사하며, 서초 지역의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서초를 1선발이라고 표현한 재치를 알 수 있습니다.
개표가 미진했던 강남지역의 개표가 되면서 오세훈 후보가 앞서나가자, 강남을 ‘홈런타자’로 표현하여 역전타를 날린 것처럼 묘사한 유저입니다.
한명숙 후보의 지지자가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며 역전만루홈런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지지하는 후보의 뒤짚기를 응원하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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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거문화의 발현이지요. 부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선거가 하나의 ‘즐길 수 있는 문화’ 가 된다면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하나의 게임처럼 인식되면서 선거를 대하는 시민사회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s)이 숨어 있습니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꼭 힘있는 주체나 언론 등 영향력 있는 매스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이렇게 특정 커뮤니티에서 선거의 개표결과를 하나의 스포츠로 인식하고, 스스로 동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에서 자발적 결사체로서의 시민사회의 발현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실제로 개표결과를 보며, 흥미를 느끼고 있는 네티즌들의 표현을 골라봤습니다.
그동안 자기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선거의 개표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그것이 하나의 흥미가 된다면 정치적 무관심이 깨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역배당이 많이 터진 이번 선거? 역배당이란 무엇일까
스포츠베팅을 모르는 분들은 역배당이라는 표현이 생소하실 것입니다. 역배당은 스포츠베팅(프로토)을 하는 분들이 자주 쓰는 용어입니다.
처음에 선거에서 역배당이 터졌다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아리송했습니다. 여론조사의 결과로 정배당/역배당 으로 나눈 것을 알았습니다. 체리쉬닷컴의 어떤 댓글에도 ‘역배당’ 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배당률은 스포츠베팅에서 도박사들이 환급률을 고려하여 승리확률을 환산하는 것입니다. 승리확률이 높을수록 낮은 배당(정배당)을 받게 되고, 낮을 수록(역배당)을 받게 되지요.
스포츠팬들의 재치있는 표현으로 여론조사 결과 더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후보는 정배당을 받았고, 더 낮게 나타난 후보는 역배당을 받았다고 한 것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대구시장, 부산시장 등은 정배당, 충북지사, 인천시장, 강원지사, 경남지사 등은 역배당이 나왔습니다.
이런 표현이 있다는 것만 해도 스포츠베팅이 시민사회 내에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스포츠베팅 또한 하나의 게임이고, 이것의 흥미가 선거문화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변화가능성, 일상으로의 회귀.
이번 선거를 보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저는 여론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투표와 선거를 바탕으로 하는 ‘불확실성의 제도화’ 를 체험했습니다. 4년전 지방선거와 확연히 다른 판도를 보고, “변화” 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민주주의가 공고화되기 위해서는 정당정치가 정착되어야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도 아직 지지하는 정당조차 없다는 현실은 여전히 서글픕니다.
변화가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국민이 현 정치를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투표'밖에 없는데,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현정권, 그리고 야권에도 많은 교훈을 남겼을 듯 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단순한 것입니다. 현대정치의 의미를 축약하자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를 가리킵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하지 않아도 승리할 수 있는 선거라면,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치를 하고도 버틸 수 있겠죠. (일부 독재국가나 후발국가들을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는 특정 정당의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답이다" 를 보여준 것 같아서 꽤 의미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많은 분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실 듯 합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제 자신을 보면서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무한 삶의 단편영화를 찍고 있는 듯 하기도 합니다. 이제 A매치도 한 번씩밖에 남지 않고, 월드컵도 1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팀리포트를 차근차근히 써 나가야겠습니다. 한국대표팀에 대한 프리뷰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마친 후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리스를 먼저 쓰게 될 것 같습니다. C조부터는 아무래도 무작위로 쓰고, 조금 스피디하게 쓰겠습니다.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 행복하게 시작하세요 ^^
팀리포트, 지속적인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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