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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16강 진출을 위한 경기막판 공돌리기와 시간끌기가 축구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우승청부사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비난받아 마땅한가?

 

아니다. 카펠로 감독의 선택은 현명했으며, 잉글랜드라는 팀을 조16강에 올려 놓았다. 미국과 알제리를 압도하지 못하며 2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던 우승후보 잉글랜드의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내 오다가 결국 슬로베니아에게 1-0 신승을 거두면서 체면을 유지했다.

 

분명한 것은 잉글랜드가 C 2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3경기에서 2득점밖에 넣지 못한 공격라인에게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지만, 어쨌든 리오 퍼디난드(맨유)가 빠진 상태에서 3경기 1실점으로 틀어막은 잉글랜드의 수비라인은 칭찬할 수밖에 없다. 

 

렘파드와 제라드의 공존문제를 해결하는 카드였던 가레쓰 베리(맨시티)가 부상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유럽예선에서의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카펠로 감독은 특유의 용병술로 팀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웨인 루니(맨유)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던 헤스키(애스톤빌라)를 제외하고, 알제리전에서 교체 투입되었던 저메인데포
(
토트넘)를 선발출장시키는 용병술을 발휘했고, 결국 그 데포가 이 경기 유일한 골인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선취골을 넣은 후 카펠로 감독은 이탈리아 특유의 수비 축구를 선보이며,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는 루니 대신에 조콜을 넣으면서 최전방공격수를 한 명만 두는 극도의 수비 축구를 구사하기도 했다. 이후 슬로베니아의 파상 공세에 몇차례 위기를 맞이했으나 그것이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카펠로 감독의 전술은 결과적으로성공했다. 그 과정에 시간끌기나 공돌리기 등 다소 소극적인 전술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팀의 승리를 이끈 과정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카펠로 감독의 시간끌기 전술에 대해 영국축구답지 않은 축구라고 비난을 하지만, 다음 라운드 진출이 최종 목표인 그의 선택은 너무나 현명했다.

 

감독은 팀의 승리 및 팀의 다음라운드 진출을 위한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상대를 압도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의 팀 상황 등을 고려하여 최선의 비책을 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상대의 역습에 골을 허용하는 모습이 자주 드러나는 현대 축구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선택인 것이다.

그러한 선택은 아무팀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수비력을 갖춘 팀만이 가능한 선택이며, 감독이 수비라인에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전술이다. 카펠로 감독은 잉글랜드의 수비라인을 신뢰했고, 선수들은 무실점으로 슬로베니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비슷한 상황이 최근에 또 있었다. 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2골차로 지지 않으면 되는 상황에서, 인터밀란의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형식은 4-4-2 이지만, 실질은 8-2-0 의 전술을 구사하면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펼쳤다. 이러한 무리뉴의 수비전술을 놓고 안티풋볼이니 축구답지 않은 축구라며 비판이 많았지만, 무리뉴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결국 팀은 결승에 올라 뮌헨까지 꺾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당시에도 무리뉴는 다소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은 최후의 승자가 되지 않았는가?

 

축구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는 즐거움이 더 중요할지 모르지만, 직접 경기에 임하는 선수나 감독의 입장에서는 다음라운드 진출 등 팀이 해 낼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고,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비난받고 있는 카펠로 감독이 처음부터 수비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늘 상대했던 슬로베니아의 입장은 무승부만 거둬도 진출할 수 있었고, 잉글랜드는 무승부일 때 탈락이었다. 잉글랜드는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했고,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나섰다.

 

데포의 선취골 이후 오히려 급해진 쪽은 슬로베니아였다. 잉글랜드에 패했을 때, 미국이 알제리를 이길 경우 16강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파상 공세를 펼쳤던 것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으며 그 골을 지킬 경우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속에서도 적극적인 역습을 하지 않았다.

 

만약 잉글랜드가 이 경기에서 2골 이상차로 이겨야 했다면 카펠로 감독은 선취골 이후에도 수비지향적인 축구를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잉글랜드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했다.

 

람파드(첼시)와 루니의 동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잉글랜드는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하게 되었다. 독일의 조직력은 세계 최상급이며, 현재의 잉글랜드가 독일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가레쓰 베리의 컨디션 회복을 통한 유럽예선에서의 팀플레이가 필요할 것이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을 상대할 카펠로 감독의 비책이 기대된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최고의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잉글랜드가 16강에 진출한 이상, 최선의 성과를 거둔 그를 비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이 16강에서 맞붙게 되었네요. 정말 최고의 빅매치입니다. 프로토 51회차 대상경기이기도 하군요.

 

가나가 아프리카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네요. D조 팀리포트를 쓰며 세르비아보다는 가나가 진출확률이 살짝 높다고 보았었는데, 가나가 진출해주는군요. C조에서는 잉글랜드와 알제리의 16강 진출을 내심 기대해 보았는데, 알제리의 골대 맞는 슛팅이 상당히 아쉬웠었습니다.

잉글랜드와 독일에 대한 프리뷰를 먼저 할지, 정말 쓸 글이 많습니다. (쓰고 싶은 글이 많습니다. 정하기만 하면 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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