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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의 승리는 인정해야 할까?

우루과이와 가나의 8강전 연장 막바지에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아레즈는 손으로 골을 막아냈고, 그게 아니었으면 경기가 끝났습니다.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이 주어졌지만, 가나의 킥커 아사모아 기안은 실축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는 가나를 4-2 로 꺾었습니다.

분위기의 승리였습니다. 스포츠에서는 늘 이같은 말이 따릅니다. '위기 뒤에는 찬스가 온다' 라는 말 말이지요. 현재 축구 규칙상 완전한 골이 인정되지 않았고, 수아레즈는 손으로 팀의 승리를 지켜 낸 영웅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나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너무 안타깝습니다. 다 들어간 골을 손으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수아레즈는 다음 경기에 출장할 수 없게 되었지만, 정작 가나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며, 가나는 현재의 축구 규칙이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기안은 팀을 8강에 올려 놓았지만, 더욱 큰 짐을 지게 됐습니다.  

가나는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연장 내내 경기를 지배했지만, 기안의 실축 하나로 8강 문턱에서 다시 한 번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리카 4강 신화는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결정적인 순간, 기안의 페널티킥이 들어갔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비단 아프리카 축구 역사뿐만이 아닌 세계 축구 역사 (아프리카 최초의 4강) 를 다시 쓸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참 인생이라는 것이 한 순에 바뀐다는 표현은 틀린 말이 아닌 듯 합니다. 가장 믿을만한 키커는 기안이었지만, 기안은 단 한 번의 순간에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이 경기가 가나의 승리로 끝났다면 모르지만, 우루과이의 승리로 끝났기 때문에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수아레즈는 분명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으며, 이에 대한 징계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축구 규칙에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는 가나의 골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축구는 손으로 하는 핸드볼이 아닙니다. 다 들어간 골을 손으로 막았는데, 그것도 경기가 다 끝난 상황에서 퇴장만 주고 PK를 준다는 건, 사실상 골을 넣은 팀에 대해 불리한 조치입니다.

현재 규칙상으로는 우루과이의 승리가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규칙 변경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주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확실히 정리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는 가나가 이긴 경기로 기억할 것입니다. 물론,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했고 기안의 실축은 아쉬웠지만, 수아레즈는 손으로 '골'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가나는 또 한 번 전력상 열세라는 도박사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무승부' 의 결과를 이끌어내며 우루과이를 압도했습니다. 전반 초반, 그리고 후반 중반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가나 페이스에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우루과이는 포를란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칠 뿐, 우루과이 진영에서 대부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가나의 어린 선수들은 U-20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고, 그래서 4년 후 월드컵이 더 기대됩니다. 이제 26살로 팀 내에서는 고참급에 접어든 아사모아 기안은 과거 축구 영웅이었던 로베르토바지오 등의 페널티킥 실축 등을 생각하면서 마인드콘트롤을 빠르게 하여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자존심으로서 최선을 다해 주었고, 사실상 4강에 진출한 '가나' 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깊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네덜란드에게 패한 브라질의 패인

오렌지군단 네덜란드가 브라질에게 2-1 로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94년 미국월드컵과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의해 좌절되었던 월드컵 우승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네덜란드입니다. 둥가 감독의 실리 축구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고, 네덜란드의 탄탄한 조직력과 스네이더의 개인기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날 승부를 결정지었던 요인으로 많은 것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저는 브라질의 패배를 단 5자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바로 멘탈(mental)의 패배입니다.

 

냉정했던 네덜란드 vs 흥분했던 브라질…… 이 승부를 가른 것입니다.

 

1. 흥분한 브라질 선수들, 멜루의 퇴장

멜루는 평소의 다혈질적인 면 (이종격투기 선수라죠) 은 결국 퇴장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브라질은 수적 열세 속에서 체력적으로 막판에 지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스네이더의 헤딩슛이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브라질이 쉽게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시간은 충분했고, 브라질의 공격력이라면 못 해도 동점까지는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벤은 멜루 앞에서 넘어졌고, 공을 감싸 안았습니다.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로벤은 시간을 끌기 위한 얄밉지만 이해할 수 있는 플레이를 했던 것이지요.

 

성급한 성격의 멜루는 로벤에게 공 내 놓으라고 발로 차 버렸습니다.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하기보다는 로벤의 얄미운 행동이 멜루의 퇴장을 이끈 것입니다. 오늘 경기의 일등 공신 장면은 바로 로벤의 공 감싸안기입니다.

 

그리고, 수적 우위의 네덜란드는 추후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카카가 네덜란드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렸던 그 순간 다소 가운데로 파고들지 않았던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성급한 상황에서는 보일 것도 안 보이게 마련입니다. 동점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뿐, 침착한 플레이를 이미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호비뉴(맨시티)도 판봄멜과 주심에게 화를 내는 등 매우 격앙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멜루와 호비뉴 뿐만 아니라 동점골(멜루의 자책골) 이후 브라질 선수들 모두가 몹시 흥분된 상태였고, 그것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쉽게 흥분하는 점은 브라질이 지닌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2. 주심의 느린 반응, 선수들의 급한 마음을 부추기다.

오늘 주심 니시무라 유이치는 판정속도가 대단히 느린 편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느린 휘쓸과 느린 전개, 뒤지고 있는 브라질 선수들은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고, 느린 판정은 급한 마음의 브라질 선수들의 마인드를 뒤흔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호비뉴나 둥가 감독은 주심의 판정에 짙은 항의를 하기도 했으며, 판정 또한 다른 경기에 비해서는 정확한 편이었지만, 칭찬할만큼 정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경기의 흐름을 심판진이 다 끊어먹은 것 같았습니다
.

3. 경기 내내 침착했던 네덜란드, 멘탈의 승리

 

반면, 네덜란드는 경기 내내 침착한 플레이로 일관했습니다. 앞서고 있을 때는 야골리듯한 플레이를 펼쳤고, 뒤진 상황에서도 파울 상황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멘탈적인 면이 침착하게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네덜란드 멘탈의 승리, 결코 무시할 부분이 아니며, 네덜란드 축구가 실리축구로서 브라질보다 한 수 위였던 대목을 보여주었던 중요한 부분입니다.

ps, 어제 아침 브라질 리뷰를 올리다가 잠들어서 올릴 타이밍을 놓치고 두 글을 합칩니다. 아래 손가락 클릭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