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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16강전이 열립니다. 잘 모르는 분들이 왜 이렇게 열광하냐고하시는데, 8강에 진출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며,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로 다가옵니다.

 

저녁 11, 저는 외딴 곳에서 볼 수 있으려고 합니다. 주말이고 하니 모두 마음껏 원하는대로 대한민국을 응원하시면서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도 푸시기 바랍니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는 전력이상의 어떤 힘이 발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선 탈락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것은 월드컵에 대한 의지였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성실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결국 팀의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 태극전사들은 정신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실력도, 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으로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게도, 슬로바키아에게도그리고 3무승부로 탈락했지만 선전했던 뉴질랜드도 지지 않겠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정신력이 빛났습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우루과이 또한 8년만에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8년전 예선 탈락했던 아픔도 가지고 있는 팀입니다. 다른 팀에 비해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은 우리에게 꼭 대진운에서 행운이라 할 수 없습니다. 유럽팀들의 안일한 의식과 달리, 남미팀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해 뛰고 있습니다. 어제 수적 열세의 칠레가 보여주었던 투지는 누가 봐도 너무나 빛났습니다.

우루과이의 투지 또한 이에 못지 않습니다. 프랑스를 상대로 수적열세에 있었던 우루과이는 1차전에서 무승부를 만들어냈었습니다. 그 경기 하나만으로도 우루과이가 이번 월드컵에 보이는 열정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각설하고, 이제 오늘의 경기에 대한 얘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현재 수아레즈(아약스), 포를란(AT마드리드)에 대한 경계령이 나오고 있는데, 그 선수들에 대한 집중마크보다는 철저한 맨투맨 마크가 좋은 선수들을 통해 선수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수비 전략일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메시를 막다가 잘 막지도 못하고 너무나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도 쉽게 기회를 내 줘 버린 순간들은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메시를 상대로 한 압박수비의 형태입니다. 압박의 강점은 볼의 움직임을 차단시키는 것이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에게 연결되었을 때 공간을 확보하게 해 버린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영표, 오범석, 김정우, 이정수, 기성용까지 메시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김정우와 이정수 사이에는 공간이 있으며, 달려들어오는 선수가 있을 경우 완전히 뚫려버리게 됩니다.  



메시에 대한 압박 공간은 좁아집니다. 메시는 압박을 당하게 되지만, 여전히 패스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다른 선수가 패스 공간을 차단하고 있다고 해도 메시에 집중된 수비수들 때문에 빠른 공수전환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빌드업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공격 시간이 지체되고 빠른 역습을 시도할 수 없는 것이지요. 
 



메시가 이번 월드컵에서 이타적인 플레이를 종종 하고 있기는 하지만, 메시는 자기 스스로 많은 기회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선수입니다. 5명이 마크하는데도 돌파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선수였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결국 메시는 자기 스스로 슛팅까지 연결합니다. 조용형까지 메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디마리아나 이과인을 놓쳐버릴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채 말입니다.




확대해 봅니다. 슛팅 공간은 있는 그대로 내 주고 (메시의 기량이 뛰어나서이기도 하지만) 3명은 메시의 슛팅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가 남미에 약하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다른 선수를 놓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선수 또한 개인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몇 배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조금 다른 장면인데, 메시가 직접 슛팅으로 연결한 것이 아니라 4명의 압박에서 다른 선수에게 연결하는 장면입니다. 저 4명은 차후 다시 공으로 달려 가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남미팀들이나 개인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할 때,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였습니다. 그 문제는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어졌으며 쉽게 실점을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메시에 집중된 수비는 이과인의 골로 이어졌습니다. 이과인을 완전히 놓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이과인의 위치 선정 능력의 뛰어남은 다른 선수와 차별화될 수도 있었지만, 조용형과 이과인의 거리는 멀게 나타납니다.



이 장면에서는 막시로드리게스와 이과인의 근처에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영표는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했지만 완전히 공만 바라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개인기 좋은 선수에게 노마크 상황을 내 주는 모습은 나이지리아전에서도 재연되었으며, 운이 좋지 않았다면 나이지리아에게 무승부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결론은 "선수를 놓치지 마라" 입니다.

우루과이는 수아레즈, 포를란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개인기량이 매우 뛰어나며, 약하다고 판단되었던 수비조직력 또한 본선에 와서는 최상급으로 끌어올려져 있습니다.

경계대상으로 지목되는 수아레즈, 포를란에 집중하다가 빠른 카바니(팔레르모), 파레이라(벤피카) 등 다른 선수를 놓치게 되면 아르헨티나전에서처럼 급격하게 무너져내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2실점, 아니 3실점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루과이가 전력상 더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김정우와 기성용을 바탕으로 한 중앙미드필더에서의 플레이가 한 수 위입니다. 그리고 잔디에 문제가 있는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은 우리가 그리스를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두었던 곳이고, 우루과이는 이 경기장이 처음입니다. 이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선수를 놓치지 않는 플레이", 그러니까 위의 사진들처럼 "한 선수"에 집중하여 다른 선수를 놓쳐 버리는 플레이는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개인기량의 차이가 맨투맨 마크를 힘들게 할 수 있지만, 더 많이 뛰면서라도 한 선수를 압박하는 데 4-5명의 선수가 달라들어서 다른 선수를 무방비로 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선전할 경우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보지만, 우리 수비수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특정 선수 경계하다가 다른 선수 놓치기" 가 계속된다면 아르헨티나전에서 대패도 배제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8강 대진표가 쉽다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16강을 넘어야 8강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다소 걱정스런 마음으로 오늘밤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대~~~한민국!


* 우루과이전 승리 위한 답안지 공개 (http://cherishh.com/entry/wc2010-korea-5 ) 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댓글이나 좋은 의견은 항상 힘이 되며, 아래 손가락 클릭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