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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및 저작권 : 호우시절 포스터)


로맨티스트 체리쉬, 드디어 호우시절과 조우하다!


자타공인(?) 로맨티스트라고 칭하는 체리쉬.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부터 꼭 보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그리고, 이 좋은 영화와 드디어 어제 조우하였다. 영화는 한 편의 이쁜 그림 같았고, 내 안의 다 나오지 못한 감수성을 톡톡 건드리며 내게 따뜻함을 전달해 주었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 더욱 센티맨탈해지고, 사랑에너지가 불끈 불끈 솟는다. 그래서인지 집에 와서 사진폴더를 열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의 사진을 본다. 그 웃음은 너무 자연스럽고, 늘 만날 때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미소다. 그래서 아무리 마음이 안 좋은 상태에서 봐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저절로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만나기만 해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참 즐거운 일 아닌가.

그녀에게 처음 다가갔을 때, 바로 그 인사. 그것이 이 음악처럼 소소한 사랑의 인사였다면, 지금은 그 감정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는 것이 다를 뿐, 항상 그 설레임은 여전하기에 아직도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가끔 행복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영화 속의 메이의 옆모습이라던가, 옷 입는 스타일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서인지, 그리고 우리의 키차이만큼이나 키 차이나는 두 남녀의 그림을 보아서인지, 내내 그 사람 생각이 났다. 비록 영화를 함께 보진 못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영화 보는 내내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과연 그림 하나하나가 너무 이쁜 이 영화를 하나의 스포일러도 없이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하긴 내용을 다 알고 봐도 반전이랄 것 없지만.. 

한중 합작, 국경을 넘어선 사랑...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에서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표현한 멜로디를 전달한 허진호 감독은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또한 중국인 여배우를 주연으로, 문화간 화합을 이끌어내며 4일간의 로맨스를 그려 내었다. 

미국 유학 시절 한국인 남자와 중국인 여자의 만남... 그 설정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국경이라는 공간적인 거리감을 두었는데도 불구하고 남겨져 있는 잔잔한 사랑, 또 '냉정과 열정 사이'의 두 남녀처럼 오랜 시간의 간극을 사이에 두고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애틋한 옛사랑의 감정을 꺼내어 서로가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배우는 참으로 곱고 이쁘다.

순수한 감성의 멜로디를 전달하는 모습은 그동안 정우성씨가 보여준 배역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박동하라는 캐릭터에게 정우성씨만큼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으라고 해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중국 배우 고원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성미 곁들인 단아한 아름다움이 화면에 배어나게 하는 배우였고, 또한 웃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한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한 마디에 충격을 받은 박동하(정우성 역)에게 재밌는 아저씨는 '사랑에는 국경이 있는 것 같다' 고 얘기하고, 그 당시 그러한 분위기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 때의 대사는사랑에는 국경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하나의 반대적 복선일 뿐이었다. 


호우시절에 찾아온 사랑..

영화 호우시절은 두보의 시 '춘야희우 (봄의 어느날 밤에 내린 비)'에 나오는 첫구절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에서 그 제목을 따왔다. 이 영화의 배경도 두보의 혼이 살아 있는 '두보초당' 이기에, 이러한 시구는 더 마음에 와 닿는 게 아닐까 싶다.

새벽녘 중국의 시성 두보의 春夜喜雨 를 읊어 본다.

好雨知時節 :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當春乃發生 : 봄이 되니 마땅히 내리기 시작한다.
隨風潛入夜 : 바람을 따라 밤에 스며드는 빗물은
潤物細無聲 : 만물을 소리없이 가늘게 적신다.
夜徑雲俱黑 : 저녁의 들판길은 낮은 구름에 깔려 어둡고,
江船火獨明 : 강 위의 배는 불을 외로이 밝히는구나.
曉看紅濕處 : 새벽녘 붉게 젖은 곳을 보니
花重錦官城 : 꽃이 금관성에 활짝 피었네. 

이 시는 제 때에 내리는 비는 시절을 알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그런 시이다. 이를 사랑해 대입해본다면, 사랑이 찾아올 때 내리는 비는 서로를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준다고 할 수 있을까?

영화는 맑은 때 - 비가 오는 때 - 맑은 때.... 을 번갈아 그리고 있다.

맑은 날, 그들은 행복하게 데이트를 하고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한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릴 때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하는 순간들, 그리고 영화 속 두 사람이 그리는 갈등을 더 부각시킨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날씨가 맑은 장면보다는 비가 오는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호우시절이라는 영화 제목과 맞지 않게, 행복한 장면이 아닌 서로가 힘든 장면이 '비오는 날' 에 그려진 것이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스틸컷만 찾아봐도 알 수 있지만, 메이의 예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은 대부분 화창한 날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다시 박동하가 청두로 찾아갔을 때 관객들은 '그 때 내린 비'가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사랑의 메시지를 서로가 서로에게 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내리는 비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두 사랑의 사랑이 서로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 상황은 힘들었지만, 메이가 갈등하는 상황이나 박동하가 힘들어한 시간들, 그리고 창밖에 내리는 비.. 그 순간들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결국, 비는 두 사람의 사랑이 다시 찾아옴을 아는지 '제 때(호우시절)'에 잘 알고 내렸던 것이다.


엉뚱한 캐릭터 지사장님...


영화에 등장하는 지사장이라는 캐릭터의 역할은 영화 스토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영화 속 군데군데 만들어내는 '웃음코드'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박동하를 볼 때마다 소주 한 잔 하자는 얘길 하는 모습을 통해 타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타지 생활을 해 본 사람으로서 그 외로움이 공감이 된다.

그리고, 박동하가 지사장이 만나자고 할 때마다 약속이 있다고 하는 장면, 사랑하는 여자와의 만남을 제1순위로 두는 남자들을 더 웃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진 상처...

스촨대지진으로 인해 남편을 잃어야만 했던 메이, 1년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밝은 표정 뒤에는 그런 눈물이 숨어 있었던 것, 그렇게 상처와 충격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연스레 다가와주길 원한다.

나쁜 남자에게 당한 여자,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버린 사람...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사랑의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렵다. 박동하와 메이의 사랑을 미화하면, 예전부터 열려 있었던 사랑의 씨앗이 꽃피는 것이지만.... 나쁘게 보면, 남편이 죽었는데 1년도 안 되서 다른 남자와 호텔방에 간 여자에 대한 칼날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혼했다고 울면서 얘기하는, 그 비오던 시절 어느날, 박동하는 많은 충격을 받게 되지만, 사고를 겪은 후 그 사랑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도 평온하고 자유롭다. 그러한 상처가 느껴지지 않게 내색하지 않으며, 그냥 자연스럽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마음을 열 수 있게 기다려주는 그런 미소와 함께. (그게 정우성의 미소라니....), 그리고 메이가 상처를 딛고 일어서 사랑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는데, 그렇게 상상만 해도 행복함에...


이쁜 그림들...

이 영화는 스토리를 제외하고도 그림 자체로 예술이다. 두 미남미녀가 그리는 사랑의 모습이 이쁘고, 또 디지탈로 제작이 되어서 화질 또한 선명하다.

명장면 베스트 5

1. 대나무숲에서 사람 안 보이는 키스할 곳을 찾아서, 그리고 입맞추던 (꼭 해 보고 싶은 장면일 정도로) 두 남녀



2.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으며 '입술이 기억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남자와, 키스해보라는 여자의 얘기



3. 팬더가 대나무를 아작아작 먹는 모습, 팬더를 잘 모르는 사람도 중국에 가서 팬더를 보고 싶을 정도



4. 음악이 나오는 중국 거리에서 춤추는 이쁜 두 남녀.



5. (15금) 호텔방에서 터치와 키스로 사랑하는 여자의 숨소리를 거칠게 하는 남자


감미로운 사랑의 멜로디...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장면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음악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음악들이다. 

음악은 영화의 가치를 두 배로 만들어 준다. 예를 들어, 프랑스영화 스위밍 풀이라는 영화에서 음악이 그 긴장감을 몇 배나 늘려준 것처럼 말이다. 

호우시절에서는 듣기만 해도 사랑에 빠져드는 느낌의 음악들과 그리고 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장면들, 그 환상적인 조화가 영화를 더 아름답게 한다. 


연인과 함께 보면 안 될 영화? 

글쎄, 나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옛사랑이 다시 만나서 사랑의 끈을 이어가는 내용이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사랑의 코드 자체가 너무나 아름답고 신선하다. 옛사랑이 그리워지기보다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랑과 저렇게 이쁜 사랑 하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커플끼리 함께 봐도 전혀 문제되지 않을 듯, 오히려 이쁜 그림들을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당장 함께 중국 두보초당으로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 

* 사진자료의 저작권은 모두 영화 호우시절의 제작진과 카메라에 있습니다. (문제가 될 경우 사진은 바로 삭제합니다. 댓글로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