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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웅 발로텔리의 모습 - 발로텔리 훈련 사진)

 

이탈리아가 독일을 정규시간내에 2-1 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해외도박사들의 독일 배당률은 1.9 / 이탈리아 배당률은 4.5 였음을 고려해보면, 이탈리아의 승리가 표면적으로는 이변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이탈리아가 이변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일을 압도하였고 실력으로 승리를 하였습니다.

 

경기전 이탈리아의 결승 진출을 예측할 때만 해도 '내가 이탈리아 축구를 분석해왔으니 팬심이 작용한 걸 수도 있다' 고 생각을 하였지만, 까놓고 보니 독일 축구는 이탈리아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탈리아는 어떻게 독일을 잡았을까요?

 

첫재, 편견과 달리 수비에만 치중하지 않았던 프란델리의 능력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이탈리아는 수비축구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식 카데나치오는 더 이상 이탈리아 축구의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오히려 독일을 상대로 맞불로 나섰고, 그것이 효과적인 역습으로 이어지면서 결정적인 상황에서 발로텔리의 골이 이어지며 승리했습니다.

 

대회전 조별 프리뷰를 할 때 이탈리아는 리피 감독의 보수성을 떨쳐버리고 전혀 새로운 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비록 확실한 공격수라고 불리우는 로시(비야레알)의 부상으로 인한 이탈이 꽤 컸지만 발로텔리, 카사노 등 악동 조합이 개인기를 지녔고, 피를로라는 패스메이커가 존재하는 한 이탈리아의 공격도 꽤 날카로운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독일은 평소와 다름없는 경기를 펼쳤지만 이탈리아에 비해 그 조직력이 탄탄하지 못하였는데, 그런 틈을 타서 이탈리아가 압박을 통해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골로 연결시킨 것은 상당히 중요한 대목입니다.

 

스페인을 상대로 첫 경기에서 매우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주었던 이탈리아가 다시 한 번 오래간만에 '재밌는 결승전' 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듭니다. 만약 독일이었다면 남아공월드컵 (제가 리뷰한 글도 있습니다) 에서처럼 수비에만 집중하면서 상당히 루즈한 경기를 치렀을 것입니다.

 

둘째, 독일의 뢰브 감독은 왜 크루즈를 기용했을까?

 

크루즈의 기용은 조금 쌩뚱 맞았습니다. 오히려 이탈리아에게는 호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토니크루즈를 투입한 것은 피를로의 화려한 패스를 막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고 있지만 피를로는 봉쇄당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좋은 패스를 연결해 주었습니다. 비교적 피를로가 잉글랜드전에 비해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지는 못했지만 (오늘 또한 대단했지만 잉글랜드전에 워낙 잘 했기 때문에) 크루즈 투입의 선택은 독일의 공격을 어설프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외질과 뮬러라면 어느 정도 호흡을 대표팀에서 많이 맞춰 보았지만, 크루즈는 후보 선수였고 외질과 호흡을 맞추게 한다는 것은 평가전에서나 하는 일입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크루즈의 투입은 독일대표팀의 조직력을 약화시켰고, 이탈리아가 이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습니다.

 

뢰브 감독이 그리스전에서 슈얼레와 로이스를 투입한 것은 상당히 뛰어난 용병술이었다고 보았지만, 오늘 크루즈의 투입은 비교적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탈리아가 영리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첫번째와 두가지의 전술적인 차이에서 프란델리 감독이 뢰브 감독을 압도하였습니다.

 

셋째, 발로텔리와 카사노, 최상의 컨디션, 운 좋은 키엘리니의 복귀.

 

아바테가 부상을 입음으로써 출전이 불투명해졌고, 마지오는 경고누적이 되면서 출전하지 못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을 과정에서 키엘리니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발자레티가 위치를 바꾸면서 포돌스키에 대한 수비를 꽤 잘 해 주었고, 키엘리니 역시 수비뿐만 아니라 좋은 롱패스 등 꽤 멋진 플레이를 펼쳐주면서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발로텔리와 카사노는 상당히 열심히 뛰었고 또 잘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매우 좋았습니다. 카사노의 2인 제치기 및 발로텔리의 1:1 찬스에서의 자신감 등은 컨디션이 좋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두 선수는 슛난사를 자주 했었고 팀플레이를 해 주며 이탈리아의 결정력을 낮추었는데, 오늘 두 선수의 모습은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밖에 두번째 골에 대한 기막힌 패스를 해 준 몬톨리보나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육탄전을 펼쳤던 데로시 또한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늘 2골을 넣은 발로텔리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팔레르모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인으로서 인종차별적인 문제에 늘 직면해 왔습니다. 어렸을 때도, 유소년 축구 떄도 '흑인과 함께 뛰기 싫다' 는 발언에 시달려야 했었죠. 유독 인종차별이 심한 이탈리아에서 오늘 발로텔리의 활약은 조금이나마 그 벽을 무너뜨려주었을 것으로 봅니다.

 

넷째, 독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약점이 부각되어.

 

경기전 프리뷰에서 독일의 장점와 단점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독일의 강점은 뛰어난 조직력과 만들어진 플레이이며, 약점은 조직적인 축구가 전개되지 않을 때 개개인의 플레이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직력 우위의 스페인 축구에 대해 남아공월드컵에서 힘도 못 쓰고 준결승에서 무너졌던 것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이다. 과거 리뷰를 하기도 했지만 안정적으로 나서다가 기회를 엿보는 조직력 위주의 축구에서 상대 조직력에 압도당해버릴 경우 답이 없다"

 

이것은 픽에 대한 자신감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4강전 리뷰 - 블로그에 있습니다 - 에서 독일 축구는 말 그대로 농락을 당해버렸는데 상대의 조직력을 압도하지 못할 경우 무너져내린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스페인 축구가 바로 그런 축구입니다. 스페인은 독일에게 공격기회를 주지 않으며 패싱게임으로 독일 축구를 농락했는데 그 때 그 모습과는 약간은 달랐지만 결국 이탈리아의 조직력을 뚫어내지 못하고 상대에게

 

또한 독일의 축구는 포르투갈전을 제외한 네덜란드, 덴마크, 그리스에게 매경기 실점을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덴마크, 그리스는 이기긴 했지만 선제골 이후 바로 동점골을 허용했다는 점이 수비의 불안으로 남았습니다. 독일이 지금까지 모두 이기는 축구를 했지만 네덜란드의 압박은 팀 내부 문제 등으로 아쉬웠고, 포르투갈의 압박은 뛰어났으나 중앙수비가 불안했습니다. 포르투갈전에서 오히려 위기를 더 많이 내 준 팀은 독일이었다. 그리스는 평가하기에 본선에 올라올 자격이 없는 팀이었고 상대를 압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경기는 그 경기 하나 뿐이었습니다. 하나 더 쳐 준다면 네덜란드.

 

이렇듯 독일이 이탈리아를 조직력으로 압도하지 못하면서 독일의 약점이 이탈리아의 장점으로 승화되면서 경기를 이탈리아가 시종일관 압도했습니다. 마지막 PK 로 만회골을 넣긴 했지만, 디아만티, 마르키시오, 디나탈레의 아쉬운 장면들이 아니었다면 몇 골 더 실점했어도 이상하다 보기 어려웠습니다.

 

다섯째. 자신감과 정신력 - 애국가를 부를 때 (숨은 이유)

 

저는 숨은 이유를 이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오늘 경기 시작전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독일은 귀화선수(터키, 가나, 폴란드 등)등이 상당히 많아서인지 애국가를 성의있게 부르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애국가를 부르며 대동단결하는 모습은 우리가 한일월드컵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어떻다는 것을 눈으로도 볼 수 있었듯이 참 경기 전에 중요하다고 보는데 독일은 오늘 경기 시작전 이탈리아를 상대하기 전 다른 경기보다 더 자신감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애국가 부르는 모습을 리뷰하실 수 있다면 한 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독일 킬러 이탈리아 선수들의 자신감은 그 어느때보다도 높았습니다. 특히 부폰이 국가를 부를 때 그 포효하던 표정은 멋지진 않았지만 당당해 보였습니다. 발로텔리도 함께 이탈리아 국가를 계속 부르는 모습에서 그냥 어떤 촉이 왔습니다. 오늘 이탈리아가 상당히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는 것이라는 것이 말이지요.

 

특히 보수적인 선수 선발을 단행한 리피 감독 등 이탈리아는 팀 내부의 문제 등이 겹치면서 최상의 조편성을 받았다고 생각하던 남아공월드컵에서 뉴질랜드에 고전하고 슬로바키아와 파라과이에 밀리면서 탈락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유로2012 대회는 상당히 이탈리아에게 남다른 대회였을 것입니다.

 

평가전에서 러시아에게 0-3 으로 패한 것은 대회전 프리뷰에 언급했듯 최상의 전술을 위한 테스트였고, 그리고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 속에서 러시아는 탈락했지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은 이탈리아는 진출했습니다.

 

비교적 메이저대회 4강까지는 잘 왔던 독일에 비해 이탈리아가 경기전 정신력이 더 강해보였고 '독일에게는 지지 않았다' 는 보이지 않는 자신감 또한 승리와 경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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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흥미로울 결승전이 남아 있습니다.

 

C조 첫 경기 스페인 vs 이탈리아 경기는 보기 드문 명승부였습니다. 비록 1 : 1 무승부로 골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머리싸움과 전술싸움이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재미없는 경기를 치르기로 유명한 델보스케 감독이 그런 경기를 펼쳤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탈리아가 진출했고 프란델리가 수비집중형 축구만을 펼치지 않아 왔기에 흥미로운 경기의 리매치가 기대가 됩니다. 스페인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더 잘해왔지만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적도 있고 이탈리아의 1차전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변수는 이탈리아의 '체력문제' 가 될텐데 스페인은 120분 승부를 치러서 크게 불리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 마지오가 경고누적에서 돌아온다는 점에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발자레티 대신 출전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심 남아공월드컵 4강전을 떠올리며 독일이 올라오면 '지루하고도 재미없는 결승전' 을 재현할 것으로 상당히 걱정했는데 조금은 흥미로운 결승전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또 이탈리아리그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이탈리아 우승의 배당률에 베팅을 하고 관전하며 유로2012 를 시작했기 때문에 또 설레기도 합니다. (네덜란드는 80배일 때 걸었고, 스페인은 걸지 않았습니다)

 

이제 유로2012 도 한 경기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실리축구의 대명사인 델보스케와 이탈리아의 전술을 재창조한 명장 프란델리의 맞대결도 너무 흥미롭습니다.

 

가뭄으로 인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소식이 예보에서 조금 들렸는데 더위를 씻어버리면서 가뭄으로 힘든 분들에게 큰 단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해외 축구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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