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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슬픔의 테마의 지붕킥

 

어제 방송된 지붕킥 123회는 다시 한 번 '이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음의 이별 통보, 세경의 이민 소식, 인나의 합숙 소식이라는 세 가지 사건은 모두 이별을 의미했습니다. 지훈과 정음의 이별은 벌써 시간이 흘러버려 바쁜 생활에 묻혀버린 것 같고, 세경을 사랑하는 준혁의 마음, 그리고 인나를 사랑하는 광수의 마음은 이별이 현실화되고 심화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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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이란 예상하는 가운데 찾아오기도 하며,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찾아오기도 합니다. 정음과 지훈, 세경과 지훈, 세경과 준혁, 광수와 인나 라는 각기 다른 종류의 헤어짐도 '헤어짐(이별)'이라는 공통집합으로 묶을 수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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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의 사랑은 어떻게 보면,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두 사람이 마음을 모아 안착하지 않으면, 결국 필연적으로 '이별'이라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지붕킥의 러브라인을 보며 질질 끄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해리 얘기보다는 너무 사랑 얘기에 치중한 것 같아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이별의 모습들을 보니 그저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만 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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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코드는 웃음으로 종방을 앞둔 상태에서 눈물의 코드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급격하게 진행된 '이별' 이라는 테마에 이 드라마가 녹아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감수성에 물든 시청자들은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태어나서 남자는 단 3번 운다는데, 저는 어제 하루만 광수 때문에 세 번 울어버렸습니다. 여자친구 왈 오빠는 여자 같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좀 여자 같은가 봅니다. ^^

 

광수만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데

 

지붕킥에서 광수라는 캐릭터는 지붕킥에서 해리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해리, 광수, 보석, 지훈 입니다)

 

가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순박하고 욕심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친구입니다. ‘없는 것에 대한 지나친 피해의식도 없고, 심리적으로 너무 순박합니다.

 

보통 남자보다는 강한 질투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잘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것이 자기의 사정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는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비관하지 않고, 즐겁게 웃으며 살아가는 광수의 모습이 순수했을 때 마치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없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고, 돈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못 한다는 이른바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사람들과는 다른 그런 순수한 광수의 모습이 늘 좋습니다.

 

광수가 인나에게 다른 남자가 접근하거나 다른 남자와 밥 먹….’ 이라는 말만 듣고도 정음 방에 뛰어오는 것을 보면, 광수의 내면에는 항상 자신의 처지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나가 잘 되면, 어쩌면 인나와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광수를 볼 때마다 사회의 시선에서 일등신부감인 여자친구를 둔 제 상황을 생각하게 되고, 가끔은 광수의 상황과 내가 닮은 게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너는 직장도 있고, 부수입도 있으니 광수와는 다르다고 사람들은 얘기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골인하기 위해서 아직 갖춰야 할 많은 것들을 갖추지 못한 것 같아서 늘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반응들이나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오빠는 뭘 해도 잘 할 것 같다며 아직까지도 제 곁에 있어주는 여자친구에게 너무나도 고마우면서도, 그 고마움만큼이나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요즘의 삶이 힘든 이유입니다.

 

만약 고민이 해결된다면 제 살은 약 10kg 정도 찔 것 같고, 프로토나 내가 하는 많은 일들의 적중률 또는 성공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항상 어떠한 고민 속에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니까요.

 

광수와 인나와의 공간적 거리감

 

광수와 인나는 몇 회전 인나가 공식데뷔 후 합숙을 하게 되면서 떨어지게 됩니다. 오랜 기간 동거를 하며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볼 수 있었던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겠지요. 광수가 인나를 합숙소로 보내며 참고 있는 눈물을 보며 저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따가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광수가 얼마나 인나를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아니 어쩌면 생활의 일부로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처음에는 스파크한 연애감정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스테디한 연애감정으로 완성되는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이라고 믿는 저에게는 하나의 생활을 상실해버린 광수의 이야기가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비록 완전한 이별은 아니고 공간에의 거리감만이 생긴 것이지만, 인나가 하나의 삶이 되어버린 광수에게는 정말 괴로운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눈물) 인나에게 함부로 말하는 사장에게 아무말 하지 못하는 광수

 



생일전날 만화방에서 줄리엔과 이야기하던 광수는 인나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인나의 전화를 받는 사람은 기획사 사장입니다. 그리고 없다고 반말을 내던지는데 광수는 그저 씁쓸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넘깁니다.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나섰을 때, 인나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인나가 나타납니다. 그 때 그 광수의 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감정이 이입되어서인지 정말 너무 해맑은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기가 보고 싶어서 숙소에서 나온 여자친구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내일 자기 생일 때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 알려주면서 오라고 합니다. 올 수 있다고 말하는 인나를 보며 다시 한 번 미소짓는 광수의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인나에게 기획사 사장은 전화를 하게 되고 야 이 자식아, 어디야?” 라고 수화기 바깥으로 다 들리는 소리로 얘기합니다. 그것에 기가 죽은 인나의 모습을 봅니다. 광수의 표정은 단지 다시 인나가 들어가야 한다는 슬픔뿐만이 아니라 평소에 인나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그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저는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광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나 봅니다. 누가 제 여자친구에게 함부로 그랬다면 목숨 걸고 가만 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두번째 눈물) 남자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인나

 



지붕킥 123, 그러니까 광수는 더욱 충격적인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날은 1년에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광수의 생일입니다.

 

삼겹살을 구우며 오기로 했던 인나가 오지 않으니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인나의 번호는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믿기지 않는 광수입니다.

 

그리고 인나의 인터뷰를 보게 됩니다. 남자친구가 있냐는 리포터의 얘기에 있다고 하니 환하게 웃습니다. 정말 순박한 광수의 모습입니다. 그런 광수의 모습이 좋습니다. 그런데, 소개 좀 해 달라는 얘기에 팬들이 모두 남자친구라는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하고 맙니다.

 

그런 설정을 꼭 포함해야 했는지 원망을 하기도 한 그 장면, 다시 생각해 봐도 불필요한 부분입니다. 김병욱PD의 잔혹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 연예인 사생활의 현실을 까발리려는 고발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광수라는 캐릭터를 그 상황에서 더 이상 비극으로 몰아 넣을 수 없었습니다. 시청자들은 그 장면으로 인해 광수에게 더욱 동정심을 느끼게 되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 장면은 굳이 필요했을까요?

 

인나의 인터뷰는 아마도 설정된 것이었을 것입니다. 기획사에서 그러한 인터뷰를 하게 했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인나입니다. 현실이라는 것이 그러한 상황도 발생하고, ‘저러한 상황도 발생하지만, 다시 광수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게 설정인 것을 안다고 해도 너무도 슬픈 여자친구의 목소리였을 것입니다.

 

생일날밤 광수는 인나와 찍은 휴대폰 사진을 보며 방에서 혼자 엉엉 웁니다. 인나의 독사진도 있고, 함께 찍은 사진도 있더군요. 광수의 눈물을 보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도 잠들 때 핸드폰에 있는 여자친구의 사진을 봤었네요.

 


(
세번째 눈물) 깊어지는 공간적 거리감과 확인한 사랑

 



인나의 일본 진출 소식을 전해들은 광수는 침울함에 빠집니다. 지금의 공간적 거리만으로도 힘든데, 이제 현해탄을 건너서 남의 땅에 가야 하는 인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무언의 결심을 한 듯 그녀를 찾아갑니다.

 

소심한 광수는 일본 진출에 기뻐하는 인나를 보며 또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의 시간,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싶지만 망설임의 시간이 그를 사로잡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자는 곱슬머리라고 광수를 칭하며 인나와 광수가 둘만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광수는 인나에게 건강하게 잘 다녀오라고, 남자친구로서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인나는 정말 가슴 찡한 사랑을 느꼈을거에요. 그리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인나는 이에 대해 회신합니다. “제일 사랑하는 친구라는 표현은 슬프고도 또 가슴 아픕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말을 복화술로 서로에게 전달하는 인나와 광수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때 흘리는 광수의 눈물은 보내준다’, ‘너의 앞길을 내가 가로 막을 수 없지하는 진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세번째로 울었습니다.

 

광수와 인나의 오늘 씬은 6개월간의 긴 헤어짐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인나가 광수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보통 연인들은 헤어질 때 기약없는 헤어짐을 해야만 하는데, 이들은 기약있는 헤어짐을 했기에 짧은 떨어져 있는 시간이 오히려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3번 남은 지붕뚫고 하이킥..

 

여자친구가 지붕킥도 안 보냐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해서 보기 시작한 지붕킥이라는 드라마는 참 재미있게 봤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무료한 삶에 큰 웃음을 주었던 지붕킥, 그리고 좀 보라고 했던 여자친구에게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지루한 러브라인은 짜증이 나기도 했고, 순재와 자옥 이야기는 정말 짜증을 내면서 보기도 했지만, 끝난다니 섭섭하네요.

 

공부했던 시절 내 내면을 보는 것 같아서 너무도 좋아했던 캐릭터 귀여운 해리, 우리 시대 무능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 자존심 강한 보석, 그리고 티클 묻지 않은 순수함을 보여 준 광수, 완벽해 보이지만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너무도 서툴었던 대니보이 지훈 등 좋아했던 캐릭터들의 스토리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왜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이 가끔 내 삶과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작은 시트콤이지만 그걸 보며 배운 것도 많았고, 반성한 것도 많았습니다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해리나 광수 같은 캐릭터를 통해 동심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 그리고 한가지참 많은 분들이 지붕킥을 보고 리뷰를 해 주시는데, 그 리뷰들이 생각을 넓히는 데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자이미님의 리뷰는 보여지는 지붕킥과 다른, 다른 지붕킥을 보는 느낌을 주실 정도로 신선했습니다.

 

이제 시청자들에게 어떤 감동과 웃음, 그리고 또 다른 슬픔을 안겨줄지 모르는 지붕킥과 작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드라마속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만들어가는 추억처럼, 제 인생에서 참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로 기억이 될 것 같네요.

 

기회가 된다면 얼마전 세경에서 내가 붙….” 이라고 하면서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하면서 개자식 소리를 듣고 있는 이지훈이라는 캐릭터를 변호해 보고 싶지만,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네요. 이미 시간도 많이 흘러버린 것 같고

 

시간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흘러갑니다. 저도 그 흐름 속에서 제 길을 찾아야지요. 지붕킥의 캐릭터들이 각자 자기들을 찾은 것처럼….

  

지붕뚫고 하이킥 은 참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생활의 하나의 여유였달까요.

 

프로토 23회차(세리에A 29라운드) 분석은 이제 천천히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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