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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가 16강에 오르지 못하고 예선탈락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의 경기는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지만, 그 결과는 제가 축구를 보고 즐겼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경기입니다.

 

파라과이, 슬로바키아, 뉴질랜드 와 같은 조에 편성되었고, 전력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16강 진출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판단이었고, 예측관련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나름 확신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탈리아가 승부조작을 하면서 16강 탈락을 결심한 게 아니라면 슬로바키아의 승리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무승부까지는 어느 정도 생각을 했고, 못 해야 무승부라는 결과로 네덜란드와 16강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이탈리아의 16강진출은 마치 이 소녀의 자신만만한 표정처럼 너무도 확고해 보였습니다. 



슬로바키아의 지난 2경기에서의 경기력은 형편없었습니다. 뉴질랜드를 압도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파라과이에게는 그렇다할 공격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비텍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으며, 세스탁과 함식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본 이상, 이탈리아가 펼치는 압박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슬로바키아는 비겨도 안 되는 입장이었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박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두 경기에소 보여준 공격력은 2경기동안 수비수, 그리고 중앙미드필더의 변화없는 스쿼드 운용을 했던 이탈리아를 뚫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비텍의 선취골이 일찍 들어가기는 했지만, 파라과이전에서 보여주었던 슬로바키아의 수비라인은 이탈리아의 공격 전개방식에 대응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고, 적극적으로 아주리군단이 공격할 경우 역전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전반전에 전혀 공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멸하고 말았지요.

 

이탈리아는 뉴질랜드 전에서는 극도록 불운했고, 파라과이전에서도 밀렸다고 보기 힘든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런데 파라과이는 슬로바키아를 압도했죠. 특히 4년전 2:0 으로 이겼던 체코와 동일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이렇게 고전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패인을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1. 몬톨리보의 마지막 부진

 

2경기에서 몬톨리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제 몬톨리보는 왜 그랬는지…. 사실 한 명을 탓하고자 한다면 몬톨리보입니다. 지난 두 경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패배를 자초했는데, 그의 평소 경기 (피오렌티나에서 뛰는 모습 등) 를 너무 많이 지켜보았지만 어제처럼 수비 가담을 하지 않는 모습에는 약간의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후반 피를로로 교체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지요.

 

2. 유벤투스의 자동문 수비를 보는 것만 같은.

팔레르모, 삼프도리아, 나폴리에 밀려서 7위로 운 좋게 유로파티켓을 따낸 (인터밀란이 코파이탈리아 우승, AS로마가 준우승으로) 유벤투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긴 센터백이 칸나바로와 키엘리니이니 그 불협화음은 국대에서도 이어졌네요. 칸나바로는 노쇠화로 인해 제 기능을 전혀 못 해주고 있습니다. 이아퀸타도 봐야만 했죠. 실제 공격라인에서 디나탈레-페페 조합은 우디네세에서 호흡을 맞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도 있었건만


3. 파찌니는 왜 안 써?

리피 감독은 끝까지 파찌니를 쓰지 않았습니다. 창의적인 공격이 가능했던 선수로 콸리아렐라, 파찌니 정도를 보았는데, 콸리아렐라를 쓴 것까지는 크게 나무라고 싶지 않지만 (골도 넣었지요) 삼프도리아에서 카사노가 없는 상황에서도 팀을 이끌었던 파찌니를 한 번 써 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0910시즌 세리에A에서 삼프도리아의 후반기 연승의 시작은 카사노와 함께 라기보다는 파찌니와 함께 였습니다. 파찌니는 상대 수비수들의 허를 찌르며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였었지요. 슬로바키아의 수비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은 파찌니를 쓰지 않았던 리피 감독에게 원망스러운 감정마저 듭니다.

 

4. 마르케티와 부폰의 차이

부폰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 부분을 제가 경미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든든한 골키퍼는 볼을 키핑하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센터백은 칸나바로-키엘리니(유벤투스)인데 골키퍼는 마르케티(칼리아리)이니, 어쩌면 그 조직력에 차질이 있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공격적일 수밖에 없었던 슬로바키아에게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디펜딩 챔피언을 노렸던 아주리군단의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군요.

 

사실 파라과이의 무승부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파라과이는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입장이었고, 이탈리아가 앞서나가지 않는 한 뉴질랜드를 이겨야 할 동기부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가 앞서나갔다면 뉴질랜드를 아마도 파라과이가 이겼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참 축구예측이라는 것이 어렵습니다. 단순히 프리뷰에서 관전포인트만 제시하는 것과는 다른 실제 예측을 한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솔직히 예측글이 아닌 결과만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의 16강 진출은 확신했었습니다.

 

누구나 일본의 3-1 승리도 충격적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조급한 덴마크를 역이용하면 승리할 수도 있다고 보았기에 큰 충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패배는 너무도 충격적이며, 지금껏 보아 온 축구경기와 진행상황중에 가장 충격적인 일입니다.

 

모든 경기를 보고 또 보고 발견했던 문제점을 간과한 것도 아닌데, 그저 충격적인 새벽에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이탈리아의 지난 3경기를 다시 보았고, 파라과이와 슬로바키아의 경기도 다시 보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스포츠경기가 항상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의 표정에서 승부조작의 기운도 느낄 수 없었기에 그 충격은 더 한 듯 합니다. 심판 판정은 분명 슬로바키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지만, 경기력이 전제되지 않았기에 심판 탓을 할 수도 없는 경기이구요.

 

이탈리아 1 : 1 파라과이 (이탈리아 우세)
파라과이 2 : 0 슬로바키아 (파라과이 압도)
슬로바키아 3 : 2 이탈리아
(충격)

세 경기에 대한 퍼즐이 전혀 맞지 않는 묘한 상황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단기전에서는 모든 게임을 독립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인지….
사실 어제 이후 예측을 하는 데 있어서 더욱 생각할 게 많아진 것 같아서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탈리아의 탈락까지는 예상하지 못하셨겠죠? 만약, 그 가능성을 염두하셨던 분이 계시다면 의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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