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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시티 스타디움과 조우하다.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남아공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은 884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구장입니다.

 

누캄프나 산티아고베르나베우 등 유럽 일부 국가의 빅 경기장들을 제외하고는 이만한 규모의 구장을 찾기 어려울텐데, 남아공에서 보고 온 단 한 경기를 메인스타디움인 사커시티에서 볼 수 있었단 것은 대단한 행운인 것 같습니다.

 

10배 이상 많은 규모였던 아르헨티나 응원단에 둘러 쌓여, 일행을 싣은 버스가 경기시작 약 2시간 전에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USD 160 이라고 써 진 것으로 보아 한화 약 20만원 정도 하는 입장권이었습니다.


 

사커시티의 화려한(?) 외관을 바라보며 경기장으로 향하는 가슴은 너무나 설레었습니다. 148번 트랙, 경기장이 너무 한 눈에 잘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스크린 또한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실제 축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은, 넓은 시야에서 많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동시에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화면에서의 축구는 공의 흐름에 의한 플레이만을 볼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기전 예측과 기대했던 전술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준 점,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중앙수비수 데미첼리스가 빠른 스피드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수비 후 역습이라는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사용했던 전술을 사용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아르헨티나전보다는 나이지리아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이었고, 선취골을 허용하더라도 소극적인 전술을 펼칠 것을 기대했습니다.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투입될 것으로 보았고, 기성용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투입하면서 극단적인 적극적인 수비형 전술을 펼쳐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또한, 플레이메이커인 베론을 봉쇄할 경우 공격루트를 차단함과 동시에 빠른 빌드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대패 가능성을 염두했으나,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 및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허정무호의 수비는 믿음직스러웠기에, 패하더라도 2골차 이상으로는 패하지 않는다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이과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1-4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패한 것보다는 골득실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 뻔하기에, 대패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대패 원인을 한 번 체크해 보았습니다.


 

첫번째 대패 이유 : 염기훈의 득점 실패시 다시 수비지향형 전술을 취하지 않은 것

예상대로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출전했고, 수비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적극적인 공세를 몇차례 잘 막아냈지만, 셋피스 상황에서 박주영의 자살골로 전반 15분 선취골을 너무 이른 시각에 허용했고, 그 이후에도 전술을 바꾸지 않았지만, 추가골마저 이과인에게 빠른 시간에 내 주면서 패색은 짙어졌습니다.

 

특별한 전술의 변화없이 전반전은 흘러갔고,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이청용이 상대 중앙수비수 데미첼리스의 결정적인 실수를 정확하게 골로 연결시키며 1-2 로 추격을 시작했습니다.

 

자신감이 붙은 허정무호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고, 누구나 공감했던 이 날의 승부처였던 염기훈의 결정적 찬스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분위기는 다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보통 승부처에서의 실패는 추격의 의지를 떨어뜨리기 마련인데, 허정무호는 공격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선수들은 최종 수비라인에서 다소 올라온 모습이었고, 이는 아르헨티나의 역습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되었습니다. 메시와 이과인은 뒷공간이 열린 한국의 수비라인을 빠른 개인기로 적절히 공략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고산지대에 약점을 드러냈으며, 후반 초반 우리의 거센 공격에 많은 체력 소모를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염기후느이 동점골 실패 이후에도 지속된 공격적인 모습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밀어붙인 우리 선수들이 오히려 체력이 더 일찍 떨어지면서 추가로 2골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경기의 승패보다 패하더라도 골득실을 생각한 경기 운영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경기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많은 명장들 또한 다음 라운드를 위한 전술을 택하기도 합니다. 인터밀란을 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무리뉴의 모습이 이를 대표합니다.

 

허정무호가 염기훈의 결정적 찬스 실패시, 꾸준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제가 보는 첫번째 대패의 이유입니다.

 

두번째 대패 이유 : 사무엘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

 

축구에서 중앙수비수의 조직력은 팀 수비의 50% 를 차지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풀백의 오버래핑이나 수비가담이 적절히 조화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중앙수비수가 상대 공격수들을 얼마나 잘 마크하느냐에 따라, 팀 수비의 무게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중앙수비수의 호흡은 너무나 중요하며, 그래서 팀의 감독들은 부상 등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중앙수비라인에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대표팀은 이정수, 조용형 센터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센터백을 3명이나 갖춘 세리에A AS로마 또한, 주앙(브라질)과 부르디소(아르헨티나)의 센터백라인을 유지한 채, 비중이 낮은 경기에 임할 때 맥세를 투입하는 전술을 펼쳤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중앙수비수는 데미첼리스(뮌헨)와 월터사무엘(인터밀란)입니다. 그런데 전반에 사무엘이 부상으로 교체되었고, 부르디소가 투입되었습니다. , 이는 중앙수비의 조직력이 평소와 같지 않다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부르디소와 데미첼리스의 호흡결여로 이어지며 이청용이 추격골을 넣는 데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후반에도 공략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데미첼리스가 피지컬은 좋지만, 순간스피드가 느린 점은 박지성이나 이청용 등 빠른 스피드를 가진 선수들이 공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측면 지향적인 공격을 통해 후반 초반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것은 아쉬웠습니다.

 

염기훈의 결정적 슛팅기회 또한 중앙수비수의 문제로부터 마련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왜 허정무호가 이 점을 적극 공략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실제 아르헨티나가 전반초반 당황하고 있었고, 조직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은 더욱 큽니다.

 

 

세번째 대패 이유 : 개인기의 현저한 차이,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는 기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합니다. 바로 개인기 차이입니다. 우리 선수들과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개인기량에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영표가 여러 차례 메시를 잘 마크했지만, 메시 뒤에는 이과인이라는 괴물이 숨어 있었고, 테베즈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메시와 이과인의 공격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가끔 보여지는 디마리아와 막시로드리게스의 플레이 또한 환상적이었습니다.

 

베론을 마크하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베론은 실제로 선발로 출전하지 않았고, 우리 선수들이 여러명의 플레이메이커를 상대하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았습니다. A를 막으면 B가 살아 있고, A-B를 둘 다 막으면 C라는 괴물이 있고, 결국 모두 잡지 못하며 게임아웃되는 두더지잡기 놀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아르헨티나 공격라인의 개인기는 화려했습니다.

 

비록 조직력에 종종 문제를 드러냈지만, 그 개인기만으로 상대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기를 지닌 팀에게는 강팀의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개인기 차이가 크지 않은 팀을 상대할 때,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느냐이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상위 라운드 진출 여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패는 잊고, 이제 나이지리아전만을 준비하자.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 리오넬메시 등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대표팀을 제외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기도 하구요.

 

허정무는 비록 1-4 로 대패했지만,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잡아주는 행운으로 지지 않으면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번 경기 대패로 인해 골득실이 -1 이 되면서 나이지리아에게 패할 경우 최소 -2 가 되어 16강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3G를 통해 인터넷을 하신 분에게 박주영의 자살골에 대한 비난, 염기훈의 무기력한 슛팅에 대한 비난 등이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염기훈의 동점골이 되어야 할 장면은 저 또한 너무 아쉽지만, 박주영 선수는 많이 변호하고 싶습니다. 가장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수를 긴장시킨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박주영 선수입니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플레이, 그리고 그의 볼트래핑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염기훈 선수든 박주영 선수든 질책보다는 격려가 필요할 때입니다.

 

대패는 잊고 이제 앞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지 않아도 되는 팀의 입장은, 분명히 이겨야만 하는 팀에 비해 유리합니다. 실질적으로 나이지리아의 홈구장인 더반에서 열리는 경기이기에 마음가짐을 또 새롭게 해야 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이라면 원정 첫 16강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체리쉬닷컴은 나이지리아 전력분석 및 나이지리아전 기대 전술 등을 상세하게 프리뷰해 볼 생각입니다. 구독하시면 추후 게재되는 체리쉬닷컴의 모든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글은 숙소에서 작성된 글이며, 이 글을 올리는 곳은 경유지인 홍콩 공항입니다. 추후 입장권 인증샷 등 사진첨부도 (비록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하겠습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첫 해외여행에 대한 감회는 색달랐습니다. 사실상 가기 쉽지 않은 아프리카의 남단에 몸을 싣은 것은 하나의 영광스런 일입니다. 기회를 준 코카콜라 및 다음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하루도 빠짐없이 월드컵 관련글 (주로 분석에 대한 글이 되겠지요) 을 작성할 생각이며, 프로토 매회차 분석은 물론, 해외에 계신 분들께도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손가락 클릭은 멋진 글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체리쉬닷컴, 또 방문해주신 분들, 그리고 우리 태극전사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